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첫 성묘

truehjh 2015. 2. 6. 00:12

 

첫 성묘를 다녀왔습니다.

 

엄마는 이제 우리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엄마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동생들이 잠들어 있는 해방교회동산으로 가셨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엄마를 추억하며, 마음을 달랬습니다. 이북에서 내려온 형제들과 같은 곳에 누워계신 우리의 아버지인 엄마의 남편도 언 땅이 녹는 계절 봄이 오면... 엄마와 함께 거기에 계시게 될 것입니다.

 

훌쩍 큰 조카들의 부축을 받으며 언덕에서 내려와 점심을 먹고, 엄마가 계시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먼저, 날씨까지 따듯하게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 후에,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감사를 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례식 기간에 도봉제일교회, 해방교회, 주사랑교회, 천안중안교회와 또 다른 많은 교회들과 목사님들의 조문을 받았습니다. 특히 집안 어른들과 친척들, 각지에서 찾아온 오빠의 아마츄어무선 친구들, 불편한 몸으로 문상에 참여한 내 동지들, 남동생의 사업파트너들, 막내의 교회 동역자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사랑하는 벗들의 위로와 조문으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보람상조의 역할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명이 훨씬 넘는 문상객들을 대접하는데 질서 있게 진행해 주어서 상주들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빠와 남동생의 꼼꼼함과 성실함은 아버지에게로 부터 온 성품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도 따라 잡을 수 없으리만큼 대단합니다. 그 짧은 시간에 조문을 오신 분들을 기록하고, 분류하고, 정리해서, 각자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인사할 분들과 위로해주신 분들과 교회들에게 어떻게 감사의 표시를 할 수 있는지를 의논했습니다. 형제기금을 마련하고, 위로여행도 떠나자는 이야기도 하면서, 그동안에 서로에게 짐 지웠던 고통을 나누었습니다. 엄마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고, 우리를 고생시키지 않고 떠나가신 엄마에게 감사하며, 목사사위의 기도로 마무리했습니다.

 

엄마의 두 딸과 두 며느리는 남아서 유품을 정리했습니다. 필요한 물건들이 있으면 새로 사지 않고 엄마의 솜씨로 고쳐서 사용한 흔적들을 발견했습니다. 시트들을 침대에 맞게 늘리거나 줄여 놓고, 면티셔츠건 블라우스건 긴 옷소매는 엄마의 팔 길이에 맞게 줄여 놓으시고, 신발이나 구두도 모두 새것처럼 곱고 깔끔하게 간직하고 사용하신 흔적들이 엄마의 고상함과 욕심 없는 단순한 생활을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엄마 옷을 서로 나누었습니다. 엄마의 옷은 노인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 우아한 옷들이라서 크기가 맞으면 우리 중 누구라고 입을 수 있는 옷들입니다. 이불과 요들... 바느질 도구들... 약품들... 몇 가지의 생활용품 등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 사람의 생이 이렇게 간편하게 정리될 수 있는지가 의아하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단출하게 삶을 살고 가신 엄마에게 존경심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금반지 하나 남기지 못한 엄마의 고단한 삶!! 눈물이 가슴을 적시는 엄숙한 순간이었습니다.

 

유품들을 정리하면서 틈틈이 감사의 문자를 보내고, 위로도 받았습니다. 나도 앞으로 남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하면서 말입니다. 슬픔을 당한 사람들은 더 많은 위로를 받아야 슬픔을 이겨내고 다시 빨리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밤이 되었습니다. 지금 이 깊은 밤엔 엄마의 빈방에서 막내가 자고 있습니다. 엄마의 사진과 함께... 이렇게 슬픈 시간들을 막내와 함께 천천히 엄마 이야기를 하며 보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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