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우리나라

[2015-09 제주도(1)] 제주도 여행계획... 이제부터 시작

truehjh 2015. 8. 29. 20:12

 

 

몇 달 전에 제주도에 살고 있는 줌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며칠이라도 내려와서 쉬란다. 세상 모든 걱정근심 내려놓고, 가족, 친구 인연의 끈들을 잠시 잊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여행가방 하나 들고 내려오란다.

 

소심한 나는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걸리는 것이 많아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회갑을 맞아 외국에 있는 Meditation center를 찾아서 6개월쯤 아니 3개월 동안이라도 나가 있고 싶어 계획하던 중이었는데. 엄마가 돌아가셔서 아무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나를 위한 의미 있는 회갑 기념을 준비할 겨를도 없이 엄마 잃은 슬픔에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고 있던 차다.

 

그래... 떠나자... 해님은 바쁜 일정이 있어 함께하지 못한다고 하고, 평화에게 같이 가려는지를 물으니 선듯 가겠다고 대답한다. 둘이서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그녀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다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년의 세월이 흘러가 버리고 그사이에 우리는 얼마나 많이 성숙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는 시간들을 보냈는지 증명할 도리가 없다. 시간이 그냥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것 같은 기분 외에는 남은 잔상이 없다. 세월의 힘이다.

 

이제 다시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횡단해 보자던 우리의 약속은 희미해져서 상기시킬 여력도 남아 있지 않지만 제주도 여행으로라도 은빛 날개짓을 해보기로 했다. 그녀와 하는 두 번째의 제주도 여행이다. 20년 쯤 전 동생식구들과 함께 다녀올 때만 해도 젊었고 동생들이 도와주어서 우리가 편히 잘 다녔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우리 둘이서 각자의 여행 가방을 부담 없이 처리하며 무사히 잘 다닐 수 있을는지가 관건이다. 예전 같지 않아 자신은 없지만 일단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 해보지 않으면 앞으로는 우리 둘이 비행기를 타고 움직이는 일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 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저가항공을 이용하고 싶었지만 트랩을 오르는 층계가 부담스러워 아시아나를 선택했다. 장애인 혜택을 받아 50%의 가격을 지불하고 예약을 마쳤다. 추석연휴로 제주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연휴 다음날의 표마저 매진되었단다. 우리는 그 다음 날로 돌아오는 표를 끊었다. 비행기표를 예약하면 모든 일의 반은 끝난 것 같은 기분은 왜일까. 이제 가는 일만 남은 것 같아 홀가분하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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