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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제주도 (15)] 산굼부리 (0928)

truehjh 2015. 10. 20. 20:17

 

어제 횟집에서 남겨 가지고 온 해물탕을 끓여서 아침 식탁에 올렸다. 여행시의 조식 치고는 꽤 푸짐한 아침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약간의 간식거리와 물을 준비하여 차에 올랐다.

 

 

오늘은 산굼부리와 비자림이다. 1117번, 1131번, 1112번 도로를 지나는 코스... 멋진 도로 1117번을 탔지만 억새에 대한 감탄이 줄어들었다. 아무리 좋은 경치라고 해도 여러 번 보면 무감각해지는 인간의 심리가 참 묘하다. 똑 같은 아름다움을 자주 접하니 감격의 정도가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지 모르겠다. 다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차를 세우고 길거리의 그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논했다.

 

 

 

 

 

분명 오르막길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차가 내려가는 도깨비 도로에서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깔깔 거리다가 계속 달려 사려니 숲길을 지나 산굼부리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에서 오름에 한번 올라보는 것이 목표였는데... 층계도 많고 길이 미끄러워서... 살짝 포기하려던 마음은 은백색의 억새 군락지의 유혹으로 다시 도전... 나에게는 급경사인 언덕길을 조심조심 올라갔다.

 

 

 

 

 

 

 

 

 

 

드디어 나도 올라갔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깊은 호흡 한 번 하고 포즈를 취했다. 시원하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분화구가 너무 넓어서 느낌이 확 오지는 않았지만 바람 맞으며 초원 같은 분지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좋았다. 미끄러운 길바닥 때문에 조심조심 내려가다가 언덕 중간에 서 있는 평화를 만나 서로 만족스러운 웃음을 나누었다. 사진을 찍으며 억새의 아름다움에 취해 정신이 없었던 순간이다. 억새 들판을 올라가 보는 것도 내 평생 한 번쯤의 소원이었는데... 아하... 이런 기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