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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제주도(16)] 아부오름과 비자림 (0928)

truehjh 2015. 10. 20. 20:31

 

산굼부리에서 나와 점심을 먹을 식당을 찾아야 하는데 마땅하지 많았다. 연휴의 관광객들이 몰려와서인지 식당마다 분주했다. 토종닭 유통 특구를 지나다가 우리도 백숙이나 샤브를 먹기로 하고 그럴듯한 음식점을 찾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아름가든으로 들어갔다. 평화는 먹는 곳은 금방 눈에 띈다고 자랑스러워한다. 아름가든의 주인장은 친절했다. 자신의 집에서 만든 모든 종류의 반찬이라며 으스대더니 꽃향기까지 소개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부터 번져오는 은목서 꽃향기가 매혹적이었다.

 

 

토종 닭 샤브에 녹두죽이 나왔는데... 한 마리 55,000원 하는 샤브를 우리 셋이 먹기에는 부담스러웠다. 많이 남아서 따로 싸 달라고 부탁했다. 내일 아침거리로 충분해 보였다. 주차장 가까이에는 금목서 한 그루가 서 있다가 우리를 배웅한다. 은목서, 금목서... 예쁜 이름이다.

 

  

정상까지 가는데 10분도 안 걸린다는 소문을 듣고 나도 한 번 도전해 보려고 아부오름(앞오름)을 찾아갔다. 하지만 앞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상이 보이지만 가파른 오름길을 어찌 혼자 갈 수 있을까... 혼자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아쉽게 포기하고 나왔다. 어린아이와 함께 줄을 잡고 올라가는 가족들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비자림을 향해가는 1112도로는 우리를 감탄케 하기에 충분히 아름다웠다.

비자림 입구에 차를 대고 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비자림에 대하여 좋은 평가를 하며 꼭 들려볼 것을 권한 곳이지만... 내 걸음속도와 능력으로는 다니기 어려운 거리였다. 원시림(?)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10미터 정도 들어가서 차가운 바위에 조금 앉아 있다가 심호흡만 하고 나왔다.

 

 

 

 

 

 

 

 

 

 

평화와 줌마는 좀 더 걸어 들어가 보겠단다. 나는 나무 그늘 습기 찬 돌 위에 앉아 있다가 혼자 돌아 나왔다. 해 질 녘의 시간이라 모기가 많았고, 음습한 기운이 나를 가라앉게 하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 각자의 능력대로 걷다가 나와서 입구에서 만났다. 피곤한 순간에 생각나는 것은 포도주스다. 비싼 주스 한 병씩 사서 마시며 피로를 풀고는 일찍 귀가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비자림 도로를 나와 사려니 숲길을 지나 어스름 하늘 아래 사열해 있는 나무 숲길을 통과했다. 석양빛을 받고 우아하게 빛나는 억새의 물결... 바람에 흔들리는 은빛 자태가 아름다웠다. 서로를 잘 알기에... 수다로 풀고 갈 의미가 별로 없고... 그저 자연을 즐기고... 맛있는 거 먹고... 석양에 감탄하고... 사진 찍고... 붉은 노을을 즐기며 돌아왔다. 아름다운 자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