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Health Tech

수영(9) - 과하면 화

truehjh 2015. 11. 28. 13:03

 

만 4년을 다니고 있는 재활스포츠센타 수영장에는 자그만 온탕이 두 개 마련되어 있다. 온탕에 입수하면 바로 눈 앞에 ‘10분 이상 입수하지 마십시오’ 라는 온탕 입수 수칙 표지가 보인다. 나는 온탕에 입수할 때마다 눈으로 읽곤 한다. 그러나 10분이라는 개념이 정확한 수치로 읽힌 적은 거의 없다.

 

나는 조금이라도 오래 있을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가능한 한  온탕에서 늦게 나온다. 그렇다고 20분, 30분 입수해 있을 수 있는 조건은 안 된다. 고작해야 10분~15분 사이다. 물의 온도가 좀 낮을 때는 조금 오래 있어도 아무 이상이 없지만, 약간 높을 때는 10분 이상 있는 것은 무리다. 그래도 미지근한 물보다는 뜨거운 물이 좋다.

 

며칠 전에는 어떤 분과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느라고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언제나 나는 틸리히의 책 이야기를 하면 그냥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그 날도 그랬다. 평소보다 약간 높은 온도를 감지했지만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약 17~8분은 있었던 것 같다.

 

샤워하려고 나와 보니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빨개져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모세혈관이 일시적으로 이완되어서 그렇겠거니 생각하면서 몸을 다 씻고 나서 다시 거울을 보았다. 그때까지도 얼굴의 화기가 사라지지 않고 붉은 상태로 남아있었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본연의 얼굴색으로 돌아오지 않아 그 순간에는 정말 깜짝 놀랐다. 당황한 나머지 거울 보기가 두려워졌다.

 

몸을 다 닦고, 옷을 입고, 머리를 말리고, 티타임 마치고,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거울을 보니 여전히 붉은 얼굴이다. 덜컹 겁이 났다. 혈관의 이완과 수축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거의 두 시간이 지나서야 본연의 얼굴로 돌아왔다. 모든 현상이 젊을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또 다시 확인했다.

 

오늘은 온탕 물의 온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지만 딱 10분만 입수해 있다가 시간 맞춰 나왔다. 조금 낮은 온도의 탕에 들어가면 미적지근하여 별로 만족감이 없다. 그래서 둘 중에 늘 약간 높은 온도의 온탕을 선택해 들어가곤 한다. 아직 그 선택의 기준을 바꾸고 싶지는 않지만, 온도를 참고하면서 입수해 있는 시간을 조절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