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우리나라

2016 05(1) 섬진강을 따라가다 쌍계사로

truehjh 2016. 5. 7. 10:32

2016.05.02

 

이번 여행은 오전 10시 30분 행당역에서 만나 출발하기로 했다. 평화는 해님의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해님의 차로 이동했다. 나는 전철역에서 해님의 활동보조인을 만나 함께 올라왔기 때문에 우리는 정시에 행당역을 출발할 수 있었다. 차속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커피까지 마셨다. 멀리서 오느라고 아침을 먹지 못하고 나온 나를 위해 해님이 준비해준 성찬이었다.

 

이렇게 우리의 우아한 여행은 시작되었다. 순조롭게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어느 휴게소에서 점심을 해결하고는 몇 개의 고속도로를 바꿔 타면서 섬진강을 만나러 달렸다.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길가 천막 카페에 잠시 내려서 칡즙 한 잔을 사서 넷이서 나누어 마셨다. 아니 마셨다기보다는 맛을 보았다는 말이 맞다. 꼬깔콘 한 봉지도 샀다. 조용한 차 안에서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꼬깔콘을 씹어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남쪽의 날씨는 예고된 대로였다. 비구름이 하늘을 덮어 스산한 분위기였지만 그런대로 좋았다. 구례의 화계장터를 거쳐 쌍계사로 들어가는 길은 벚나무 아치가 이어져있어 운치를 더하고, 그 길에서 만나곤 했던 찻집과 음식점들의 상호가 정겨움으로 다가왔다.

 

 

쌍계사 입구에 도달했다. 그곳의 안내원이 나와서 손을 흔들며 우리를 제지한다. 복지카드를 보여주었더니 장애인 운전자 한 사람만 차로 이동하란다. 우리 일행은 활동보조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1, 2, 3급의 장애등급을 가진 복지카드 소지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만 차로 들어가고 모두 걸어 들어가라는 안내원의 억지 때문에 기분이 몹시 상했다. 거기까지 어떻게 걸어 올라가라는 건지... 차라리 올라가지 말라고 하는 편이 더 솔직한 말일 것 같다.

 

잠시 옥신각신 하는 분위기였고, 나는 쌍계사에 들어가지 말고 그냥 숙소로 돌아가자고 우겼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장애인 차량을 들여보내라고 한 마디씩 거든다. 잠시 후에 무슨 이유에선지 맘을 바꾼 안내원이 친절하지 않은 말투로 들어가란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겨우 쌍계사 사찰 안에 있는 주차장까지 들어갔는데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른 얼른 사진을 찍었지만 우리의 얼른이란 시간은 좀 길기는 하다. 잠시 경내를 거니는데 모기도 날아다니고, 거미도 어슬렁거리며 지나다녔다. 다시 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될 수 있는 한 쌍계사의 분위기를 많이 느끼기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사실은 6시에 울리곤 하던 북소리를 들으려고 했던 것이 쌍계사 방문의 목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북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차 속에서 북소리를 애타게 기다렸지만 기다리는 북소리가 들려오지 않아 겨우 몇 번 울리는 종소리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뎅... 하나에 기다림, 뎅... 하나에 안타까움, 뎅... 하나에 그리움, 그리고 뎅... 하나에 빗소리... 빗소리... 비 오는 산사에서 둥 둥 울리던 북소리 대신 그렇게 종소리를 들었다.

 

쌍계사 입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숙소 하동 캔싱턴 리조트로 옮기면서 못내 서운한 마음에 뒤를 돌아보곤 했다. 리조트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비와 바람이 점점 더 거세져서 조심조심 짐을 옮겼다.

 

 

입실 수속을 마치고 9층의 방으로 들어가, 각자 잘 자리를 정하고 짐을 풀었다. 우선 나는 늘 하던 버릇대로 식기들과 수저들을 씻고, 주전자에 물을 받아 끓여 놓았다.

 

저녁은 콘도 식당에 내려가 재첩국을 먹었다. 가격 대비 맛도 때깔도 좋지 않았지만 수학여행 온 학생들의 상큼한 웃음과 수줍은 배려로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