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의 큰방에서 창문을 열면 제주도의 서해안이 눈에 들어온다. 파도 소리도 들리고, 바람소리도 들리고, 바다 내음도 난다. 아침마다 한 번씩 문을 열어보곤 했지만 그날 그날의 일정이 바빠서 마음 놓고 그 정경을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아침에... 우리 셋은 모든 스케줄을 접고 집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방으로 식탁을 옮기고, 과자와 과일을 꺼내고, 모닝커피를 준비하는 손길이 바빴다. 느긋하게 해야 할 일을 또 바쁘게 처리하고 있는 내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그냥 혼자 웃었다.
세 명의 성격과 취향이 다 달라서 중간의 형식을 빌려 올 수는 없었고, 커다란 범주를 쳐두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을 표방해서 시간을 보냈다. 제주도를 여행할 때는 한 곳에 숙소를 정해놓고 다니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제주도의 흙돼지를 먹어봐야 한다지만 과연 흙돼지가 있을까 의심하면서 제주에 사는 지인에게 물어 보았다. 그녀가 알려 준 곳은 대통령들과 유명인사들이 먹고 갔다는 옹포별장가든이었다. 대충 정리를 하고 음식점을 찾아 나섰다. 비속에 펼쳐진 정원의 모습이 아름다운 식당이었는데 음식 맛은 그저 그랬다.
우리는 협재해변에 있는 커피숍 쉼표를 다시 찾아갔다. 비양도가 내다보이는 창가 풍경을 다시 한 번 보고파서다. 커다란 유리창 옆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으로 왔다. 이제 내일이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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