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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생애비혼자의 Single Life - 독립일지(1) :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truehjh 2017. 6. 26. 20:39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독립을 위해 분가를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바쁘다. 사실 그 이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걱정거리가 몇 가지 있었다. 그중 첫 번째로 다가오는 걱정거리 하나가 누구와 살 것인가라는 문제였다. 나는 늘 가족 같은 공동체를 이루는 삶의 형태를 꿈꾸며 살았다. 그리고 그러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살다가 떠나고 싶었다. 삶의 마지막 길은 혼자겠지만 그래도 그 순간까지는 누군가와 함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독거는 최악의 길이라고 여겼다. 얹혀살기의 형식을 빌려서라도 공동생활을 선택했던 이유다. 미래의 독립을 이야기하는 지금도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은 욕망의 지배 하에 있다. 조금 더 솔직하고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혼자 살기가 싫은 것이다.

 

겁이 나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홀로 사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주변의 많은 시선들과 의혹들에 대하여 일일이 대처하기가 몹시 부담스럽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이 무지하게 불편하고 귀찮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가족 없이 독거하는 삶은 너무 쓸쓸하고 외로울 것 같다. 외로움과 싸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목숨을 내거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요즘처럼 사람이, 가족이 필요하다고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또 이렇게 마음이 외로워서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다가오면 어찌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모 있는 사람이 부럽고, 남편 있는 사람이 부럽고, 아이들 있는 사람이 부럽고, 가정 있는 사람이 부럽다. 절실하게 부럽다. 대책을 세우지 않고 살아온 무심함에 화가 나 견딜 수가 없다.

 

외로움도 외로움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은 이유가 또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어떤 치명적인 결함이 있거나, 참을성이 결핍된 이기적인 인간일 것이라는 선입견도 무시할 수 없다. 1인 가구를 구성하고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주변 사람들을 살펴볼 때,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즐겁게 사는 사람들보다는 정신적 피폐함과 육체적 허약함을 드러내면서 사는 사람이 더 많다. 물론 통계학적으로 증명된 수치는 아니고, 나 개인의 생각을 기준 삼아 그 비율을 판단한 것이지만 말이다. 사람끼리 부딪치며 살아야 괴팍한 늙은이가 되는 지름길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아,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지냈는데, 이제는 그런 고집을 세우며 살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내가 원하는 독립은 홀로 생활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독립은 혼자 살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혼자 살고 싶지 않다. 함께 살면서 인간끼리 서로 부딪치며 적응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서로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혼자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공동의 삶을 계획하고 도모한다. 그렇다면,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물론 현재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질문이 생소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홀로 살아야 하는 시기가 온다. 단지 누구는 빨리, 누구는 조금 늦게 혼자만의 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일 뿐이다. 그 순간이 되면 누군가와 함께 살 것인가, 아니면 홀로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때 가서야 어떤 형태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겠지만, 이런 고민을 일찍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도 여기저기 많이 있다.

 

홀로의 삶을 꿈꾸든 혹은 홀로의 삶을 원하지 않든 간에, 주거공동체 문제는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다. 특히 노후의 삶에서는 더욱 그렇다.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배우자와 사는 것이 확실한 사람들마저도 배우자와 같이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여러 자녀를 둔 사람들도 어느 자녀와 같이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도 저도 없는 사람들은 친구 또는 친척이나 조카와 같이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나 역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독립해서 혼자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겠지만 나에게는 심각한 문제다.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눈을 감고 앞으로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에 대하여 깊은 상념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창가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째액 짹... 나와 함께 살지...’ 고개를 돌려 창문을 보았지만 새는 보이지 않았다. 이 추운 겨울에 더구나 아파트 창문에 어떻게 새가 앉아있을 수 있을까를 의심하면서도 나에게 들린 새소리 때문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에게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간적으로 행복한 마음이 차올랐다. 그래, 이 순간으로 족하다. 나는 쭈욱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살겠지만, 고민하는 순간마저 감사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니 커다란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