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러시아(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모스크바공연&여행] 배고픈 길거리 공연

truehjh 2017. 8. 14. 20:58

2017.07.16.(2)

 

이비스호텔의 식당에서 8시에 아침 식사를 했다. 호텔의 조식 메뉴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세 군데의 호텔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여서 다니기도 편했다. 어제저녁 아니 오늘 새벽에 대충 씻고 잤기 때문에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시작했다. 장애인 객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물이 넘쳐흘러 바닥을 다 적실 것만 같아 불안했다. 다음에 들어올 해님이 미끄러질까 봐 조심해서 화장실 바닥의 물을 닦고 나왔다.

 

1130분에 집합하는 것이 오늘의 첫 일정이다. 팀원들은 여유롭게 준비하는 것 같았다. 프런트에서 여권도 받고, 길을 잃으면 안 되니까 호텔 명함도 챙긴다. 12시에 밴 두 대가 1차로 짜르찌노 공원으로 떠났다.



  

차량은 3부제로 운영한단다. 먼저 간 차량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2차와 3차로 떠날 사람들은 호텔과 역 주변을 구경하기로 했다. 호텔에서 대각선으로 길을 건너면 키예프 역이다. 우리나라의 신도림역 정도의 분위기이며 노숙자들도 많다고 한다.


상가와 백화점과 몇 개의 전철역을 지나며 사람들의 표정과 도시 풍경을 즐기면서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곳까지 갔다. 가끔씩 꽃 한 송이를 파는 사람들이 슬며시 다가와 미소로 유혹하기도 하지만 모르는 척하는 것이 좋다는 말에 그냥 지나쳤다. 상인들을 제외하고는 낯선 외국인을 향해 반갑게 웃어주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길거리 활보를 마치고 다시 호텔 앞으로 돌아왔다. 길이 막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차량을 기다리며 호텔 앞의 도로에 옹기종기 모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귀 기울여 듣는 것도 같았다. 이렇게 길거리 공연(?)을 펼치며 즐기다가 2차 팀도 떠났다.



3차로 떠나는 사람들만 남아 우왕좌왕하다 보니 벌써 세 시가 넘었고 급격히 배가 고파졌다. 기다리기만 하다가 혈당이 떨어지는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짜증과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다.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막간을 이용해 뭔가를 좀 먹어야 했다.



점심을 먹을 만한 장소를 찾아갈 여유는 없을 것 같아서 결국은 콘도식 호텔인 현주네 방을 이용하기로 했다. 남아 있는 빵과 햇반 두 개와 멸치볶음으로 다섯 명이 나누어 먹고 즐거운 수다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나오라는 카톡의 알림음이 들렸다.


서둘러 밖으로 나오고 보니 휠체어의 배터리 눈금이 많이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선착장까지 너무 신나게 달렸었나보다. 그런데 오전에 보조 배터리를 해님의 뒷가방에 보관해둔 생각이 났다. 1차로 떠난 해님을 만나야 하는데... ㅠ...ㅠ... 짜리찌노 공원으로 가는 길은 이렇게 험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