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러시아(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모스크바공연&여행] 공항과 호텔

truehjh 2017. 8. 13. 20:25

2017.07.16.(1)

 

각자의 짐을 챙겨 새벽 1시쯤 모스크바 세레메체보 공항 밖으로 나았다. 주변의 대형 광고판에 나타나는 글씨나 건물들에 적혀있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친근감이 없는 기호 정도로 보이니 모든 정보가 단절된 듯한 느낌이 들어 답답했다. 키릴문자를 모체로 삼고 있는 러시아알파벳을 모르는 나의 무지에서 오는 답답함이다. 몽골에서도 그랬다.


글자의 난해성으로 인해 모든 것이 불투명해 보이는 느낌이 모스크바의 첫인상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무척 조용한 것은 맘에 든다. 말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씨끌뻑적한 것은 우리들이었다. 





비 온 후의 길거리는 촉촉해 보였고, 약간 쌀쌀한 기운이 들어 스카프를 어깨에 두르고 버스를 기다렸다. 도로 한복판이 있는 인도에서 우리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쏟아지던 비가 멈추어준 것이 너무 감사했다.


만약 지금 여기에 비가 쏟아지고 있다면... 이 좁은 길에서 짐가방을 찾아 풀어헤치고 휠체어 우비를 꺼내고 우산을 꺼내 들어야 한다면... 그 풍경을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정말 황당한 시간이었었을 텐데 6시간을 늦게 떠나는 바람에 쏟아지는 비를 피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감사했다.


  


도로에서 버스가 오래 기다릴 수 없다고 경찰이 단속을 하고 있단다. 우리는 이미 나누어져 있는 그룹별로 질서 있게 차량에 올랐다. 휠체어 4대가 탈 수 있는 밴 두 대, 대형버스, 짐을 실어야 하는 밴 등이 이번 여행의 교통수단이라고 하는데 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마지막까지 리프트버스를 구할 수 없어서 무척 고생을 했다고 한다.


벽 세시 반에 공항에서 출발, 1시간 더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이비스/아다지오/노보텔이 함께 있는 호텔건물과 그 주변에 있는 유럽몰, 키예프스카야역 등에서 발산하는 불빛이 여전히 빛나고 있다.





우리는 각자의 가방을 찾아 5층 프론트로 올라갔다. 곧 숙소로 들어갈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피곤에 지쳐서인지 정신이 몽롱했다. 빨리 누워서 쉬고 싶었다. 그러나 늦은 밤도 아닌 이른 새벽에 도착한 우리 팀에게 방을 배정하는 과정이 복잡한가 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우리는 원래 이비스호텔에 머물게 되어 있었는데 이비스에서 착오가 있었던 관계로 노보텔로 옮기게 되었다. 복불복이었는지 누군가의 배려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해님과 나는 우여곡절 끝에 5시 넘어 안락한 방으로 배정받아 짐을 풀었다.



이비스 프론트에 있다는 욕실의자도 전달받았으니 간단하게 씻기만 하고 6시가 다 되어 잠시 눈을 붙였다. 고맙다. 잠이다. 깊고 달콤한 1시간 반의 수면... 한숨도 못 잘 것 같아 불안했는데 예상을 깨고 잠에 골아 떨어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