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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도토리선생님 - 초등학교 졸업식

truehjh 2012. 2. 18. 17:43

초등학교 졸업식


도토리의 졸업식에 갔었다. 내가 조카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졸업식장 풍경은 활기차고 흥겨웠다. 요즘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도 사각모를 쓰나 보다. 졸업생들의 머리에 삐뚤빼뚤 사각모들이 얹혀있다. 꽃다발을 들고 온 부모들은 발꿈치를 들고 사람들 틈으로 사진을 찍어댄다. 파사체가 된 아이들은 그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 체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즐기고 있다.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조금씩 커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되니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어서 이젠 제법 풋풋한 과일향이 느껴진다.


오늘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14살 소녀 도토리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 꿈, 희망, 행복, 따뜻함, 사랑, 감사, 우정! 잠시 도토리 생각을 하고 있는데 40여 년 전 어느 겨울, 초등학교 졸업식이 진행되는 넓은 운동장에 서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작은 내 모습이 갑자기 떠오른다. 그 당시에는 강당이라는 개념의 커다란 실내공간을 가지고 있는 초등학교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벌판같이 추운 운동장에서 떨며 서 있던 나의 마음속에는 어떤 꿈이 가득 차 있었던가. 중학생이 되는 즐거움,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는 기대감, 멀리 버스를 타고 통학해야 하는 두려움, 어떤 것들이 내 마음속에 가득 차 있었는지 기억조차 없다.


졸업식장에서의 도토리는 헤어지는 친구들에 대한 아쉬움이 큰가 보다. 서로 부둥켜안고 팔짝팔짝 뛰기도 하고, 손을 맞잡고 힘차게 흔들기도 한다. 꼬마 졸업생들의 모습에서 삶의 에너지와 희열이 느껴진다. 그들 모두의 인생의 앞길이 희망에 차 있으면 좋겠다. 그들이 가는 길이 비록 험난한 입시의 경쟁으로 연결되어 있더라도 서로 어울리는 기쁨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의 성공은 상호 성장이라고 하지 않는가. 지금은 아이들이 한창 사랑을 받고 자라는 시기인 만큼 아직은 사랑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나이겠지만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 사랑을 주는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며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커나갔으면 좋겠다. 그들이 사랑을 받고 자라온 만큼 누군가에게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좀 더 나은 사랑을 향해 나아갈 수 있으며, 더 큰 사랑의 의미를 향해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