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동유럽6국(2018)

[2018 동유럽6개국] 비지니스석으로 출발

truehjh 2018. 2. 13. 21:19

2018.02.03.


전자책 도토리선생님도 다 마무리가 되었고, 엄마 3주기 추모도 지났고, 어제 도토리 졸업식도 끝났다. 마음 편히 여행을 다녀올 일만 남았으니 아프지 말고 잘 다녀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엊저녁에 짐을 쌌다. 겨울이라 추위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걱정 때문에 짐 줄이는 일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짐가방은 최소화하고 내일 아침 이른 기상을 위해 잠을 청했다.


공항버스 시간에 맞춰야 편히 갈 수 있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밤새 눈이 와서 어둠이 내린 아파트 길을 하얗게 빛내고 있다. 조심조심 가방을 끌고 공항버스 정류장에 도착했고 한 시간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일찍 수속을 마치고 비지니스크라스라운지로 올라갔다. 우리와 합류하게 될 것 같은 분위기의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여기저기 모여 있었다. 우리는 간단한 식사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11시 전에 게이트 앞으로 가서 하늘 위의 호텔이라는 A380을 탔다.



빨리 탑승은 했는데 좌석이 바뀌어 잠시의 혼동이 있었다. 10여 년 전 태국에서 올 때 비즈니스석에 앉았었는데 별 기억이 남아있지 않지만 지금 이 자리는 너무 넓어서 시원하면서도 부담스럽다. 다리를 올려놓을 수 있기는 한데 보조기를 신은 채라 편한 줄은 모르겠다. 이따가 다리 뻗고 누워 가야겠다.



식사 전 여유시간에 신문을 뒤적거려 보았다. 요즘 잡지가 인기 없는 것 같지만 주제를 깊고 좁게 조명하면 관심을 끄는 추세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직업은 못 속인다. ㅎ..ㅎ..


잠시 후 승무원들은 식사 준비로 바빠졌다. 나는 양식과 와인을 선택했다. 식탁보까지 등장한다. 코스로 나오는 소꿉장난 같은 식탁이 제공되고 있다. 맛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행 시는 잘 먹어야 된다는 신념으로 골고루 먹을 예정이다.





작년부터 느끼는 건데 기내식이 소화가 잘 안 된다. 맛도 못 느끼겠다. 흥미가 없어져서인가. 예전엔 재미로 먹었는데 재미가 없어져서인가. 늙어서인가. 비지니스로 가는 여행이니까 비지니스서비스를 충분히 즐겨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출발 후 11시간이 지나 현지시간 3시 프랑크푸르트공항에 도착. 인천공항에서 휠체어서비스를 부탁해 놓았었는데... 너무 잘 한 것 같다. 낯선 공항에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 너무 멀다. 게다가 일행을 만나려면 공항 밖으로 나가야 한단다. 다행히 굿맨이 나와 공항 밖에 있는 대형버스 주차장까지 휠체어를 밀어서 데려다주었다. 눈도 부슬부슬 오고, 찬바람이 얼굴을 매섭게 스치고 지나간다. 잘 모르는 도로 위를 인도받아 혼자 일찍 버스주차장에 도착했다. 임무를 마친 그를 보내려고 했더니 투박한 독일식 발음으로 이츠마이듀티...”라며 일행이 올 때까지 같이 기다리면서 나를 지킨다. 기꺼운 마음으로 팁을 건네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중부유럽 2개국 독일과 오스트리아, 동부유럽 2개국 체코와 헝가리, 발칸유럽 2개국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를 여행할 이번 여행은 버스로의 이동이 많다. 이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4시간 이동해 슈바르젠바흐로 간다. 가는 길에 배가 고파서 멀미가 났다. 중간 휴게실에 들려 화장실을 이용하고 초코렛을 샀다. 무릎이 아픈 작은 올케가 계단을 내려가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아우토반을 100킬로로 달려 독일 국경 가까이에 도착. 슈바르젠바흐에 있는 작은 호텔에서 잠을 청했다. 추운 방이지만 인솔자가 미리 겁준 것보다는 훨씬 안락한 호텔이었다. 나는 눈 보호대를 하고 20여 시간만에 그냥 잠에 골아떨어졌다. 고모가 먼저 잠드는 것을 처음 봤다는 오랜 룸메이트 조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