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기록자, 편집자, 그리고 이북메이커
만 60세가 되는 해에 엄마가 내 곁에서 떠나가셨다. 하나 밖에 없던 내 편을 잃어버린 것이다. 난 완전 외톨이가 되었다. 이 전의 삶에서 나의 편을 만들어내지 못한 결과이지만 그냥 주어져 있던 마지막 나의 편이 없어지니 인생이 참 쓸쓸하다는 생각이 엄습해 왔다. 외톨이라는 단어는 약함을 나타내는 것 같으면서 강함을 의미하기도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다행히 그 생각에 함몰될 시간적 여유가 없이 시니어창업 전자책만들기 과정에 들어갔다. 하나님이 허락해 주신 은혜라고 굳게 믿으며 즐겁게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참북스를 창업했다. 돈이 되는 일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주는 사건이었다.
참북스를 가지고 논다는 것은 나를 흡족시킬 수 있는 의미를 제공한다. 일단 써놓은 많은 글들을 편집하며 놀 수 있게 해주어서 재밌고, 편집한 글들을 전자책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을 통해 결과물이 생기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 글들은 나의 글들이기 때문에 편집하는 과정은 나를 위로하고 나에게 의미를 주는 작업이다. 이런 일을 계속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그때 했었다. 돈 되는 일을 할 능력도 열정도 에너지도 없다. 단지 지나온 삶의 의미를 만드는 일은 즐겁게 성실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참북스가 고마운 장난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감동을 잊어버리고 순간적으로 허무한 기분에 빠져들곤 할 때도 있지만 다시 일깨워지면 감사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서 좋다. 그 감동이 많이 약화된 상태지만 지금도 나는 참북스를 주신 하나님께 진정으로 감사한다. 얼마나 남은 시간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재미있는 일을 주셨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쁘다.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참북스를 변화시켜보는 것은 나의 능력이며 에너지다. 열정을 내어 급하게 소진할 필요도 없다. 선물로 받은 장난감을 소중히 간직하며 나의 능력에 맞게 가지고 놀 수 있으면 된다.
내가 책을 내보니까 그 과정을 통해 우선 나의 삶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써놓았던 글들을 출판물로 남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만드는 과정 중에 미약하게나마 자기 정체성의 확립이 이루어지고 지나온 삶을 감사함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다짐이 생기며 삶의 방향을 확고히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인생 과거의 삶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고 미래를 꿈꾸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만큼 나에게 의미를 주는 일이었다. 그런 후, 형제들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오빠, 혜, 열까지 진행했다. 이제 도토리의 졸업선물로 올해를 마무리하려한다.
먼저 스스로 자신의 정체감을 형성해서 인정하고, 이웃과 가족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려주고 점점 사람들의 삶을 정리하여 자신의 삶을 귀히 여기게 되리라는 희망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의미를 만들어 주는 일을 하고 싶어서 책을 제작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이웃의 필요를 나의 능력 안에서 채워주는 작업이라고나 할까. 평범한 인간이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평범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룬 것도 아니고 이루어가는 것도 아니고 살아내는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서술하고자 한다. 그림으로 표현해도 좋다. 자전적 단편을 모아 삶을 돌아보고 감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여러 사람이어야 하는 법은 없다.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 두 사람 정도에게 의미를 주는 작업으로도 족하다. 나와 내형제 정도로만도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내 일상을 글로 표현해 내고 또 그것을 상품화한다는 것이 때로는 자신 없고, 부끄럽고, 필요 없는 일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 속에서 무기명 인생으로 살아가는 삶의 기록들이 어쩌면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표현해 주고 대변해 주는 일이기도 해서 그런 작은 명분을 가지고 난 나 개인의 기록을 지속할 것이고 상품화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할 것임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보통사람들을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증명이 되지만,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며 기록하는 것 역시 한 개인의 삶을 완성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개인사가 인간사일 수 있고, 더 나아가 인류의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신념 하에서 오늘도 나는 기록을 남기는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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