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엄마 옷장 속에서 나온 가방

truehjh 2018. 5. 19. 11:30


아직도 엄마의 유품정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한번 더 정리하느라고는 했지만 아직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몇 가지 더 있다.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안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엄마가 즐겨 가지고 다니시던 핸드백이다. 15년쯤 전에 내가 태국여행을 하고 돌아오면서 사 가지고 온 가방인데, 그때 태국에 살고 계시던 지인이 강하게 권하는 바람에 그 권유를 핑계삼아 구입했었다. 유명브랜드 제품은 아니지만 붉은 계열의 색과 심플한 디자인이 맘에 들었었다. 가방을 보신 엄마가 예쁘다고 하셔서 여행 보따리를 풀어놓은 그 자리에서 엄마께 드렸다. 사실 색이나 디자인이 70대 여인의 취향은 아니라고 여겼는데 무척 맘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아서 그냥 드렸다. 딱히 내가 들고 다닐 일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서류가방이나 짐가방 또는 가벼운 백팩을 주로 사용하고 살았고, 멋스런 핸드백을 들고 다닐 상황도 아니었다.  


그 후에 엄마는 가끔 나를 볼때면 '이 가방 네가 들고다니려고 샀네?'하고 물어보시곤 하셨다. 나는 엄마가 편히 들고다니시기 바라는 마음으로 아니라고 대답하곤 했다. 엄마는 특히 교회 가실 때 이 가방을 들고 다니신 것 같다. 가방 속에는 베이지색 커버의 얇은 성경찬송가 책이 들어 있고, 주민등록증, 작은 수첩, 나무 도장, 동전 지갑, 손수건, 아마도 오빠집의 것으로 보이는 열쇠 등등도 들어 있다. 오늘 나는 이것들을 다 비우고 귀퉁이가 낡아버린 가방을 버리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단지 기억 속에서 지워지는 것이 아쉬워 가방 속에 있는 것들을 다 비우고 사진을 찍어 기억을 남기려고 한다






처리하지 않고 남겨둔 엄마의 핸드백이 하나 더 있다. 엄마의 작은 며느리가 미국 갔을 때 사다드린 자주색 백이다. 그 백도 아주 젊은 감각이다. 교회 말고 다른 곳으로 외출하실 때 들고 다니시던 것인데 워낙 소지품들을 깔끔하게 쓰시는 성품이라서 그 핸드백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낡았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든다. 그 가방은 버리지 말고 좀 더 두고 보다가, 내가 나이가 더 들어서 엄마가 사용하시던 나이쯤 되면 들고 다녀 볼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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