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작년 오늘 엄마는...

truehjh 2016. 2. 1. 23:52


모든 기억은 사실(fact)에 허구(fiction)가 덧입혀진 잔상이다....

 

작년 오늘 엄마는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득문득 엄마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시간의 흐름을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나이가 되었는가 봅니다. 내가...

 

혼자 밥을 먹다가도, 늦은 밤 집에 들어와 방문을 열다가도, 콩깍지를 까다가도, 마늘을 까다가도, 이불을 꿰매다가도, 이불 커버를 바꾸다가도, 방청소를 하다가도,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도, 엄마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다정한 말 한마디 더 해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됩니다. 왜 이리도 시간이 허망하게 흘러가는지... 엄마가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우리 엄마는 의식이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엄마의 엄마를 그리워하셨습니다. 깊은 고통으로 몸부림치실 때 부른 이름이 엄마였고, 의식이 또렷하지 못할 때에도 어머니,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엄마는 참 위대한 이름입니다.

 

나는 60세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일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나만의 삶에 대한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아마도 엄마라는 변수의 작용이 가장 큰 요인일 것입니다. 60대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50대의 시작부터, 나의 미래는 엄마의 삶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계속 엄마와 함께 있어야 할 것 같았고, 그것이 언제 끝나게 될는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에 혼자 살아가는 상황을 예비하지 못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움직이는 미래 생각 덕분에 외로움이라는 변수도 크게 예상치 못했고, 형제와의 거리감이나 단절감 역시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살아계시는 동안은 자연적으로 형제들과 연결되는 고리 역할을 하셨으니까, 엄마가 안 계시는 상황을 그려보지 못한 것입니다. 엄마의 부재로 인해 내가 겪는 가장 큰 시련은 형제관계에 대한 상실감입니다. 예상치 못한 가장 큰 변수가 그것이었습니다. 형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기보다는 고립되어 가고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겨운 것입니다.

 

그러나 자연의 이치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남 탓하지 말고 이젠 정말 냉정하게 나 자신만을 생각해야 할 시간입니다. 나 자신의 힘을 키워야 하는 시간입니다. 엄마는 85세까지 거의 완벽하게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정신을 가지고 사셨습니다. 자신의 몸과 정신을 지켜내면서, 자신의 체면을 지키고,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세우시며 살아가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셨던 것 같습니다. 주변정리를 스스로 완벽하게 하고 계셨으니 말입니다. 성경읽기라는 멋진 취미생활로 하루 하루의 시간들에 감사하셨습니다. 더불어 방, 화장실, 현관, 거실의 바닥의 청결함과 침대와 침구, 속옷과 겉옷, 세면도구 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혼자 해결하여야 하는 소소하며 실질적인 것들을 혼자 다 해결하셨습니다. 단지 음식에 관계된 일들만 며느리와 나의 손을 빌리신 상태였습니다.

 

나의 앞날도 그럴 수 있을까가 의문입니다. 아니 나도 엄마처럼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정도의 건강과 정신력을 가질 수 있다면, 엄마처럼 나도 어느 정도 고귀한 시간들을 엮어가며 남은 삶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자주적으로 사는 삶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여유와 능력이 유지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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