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맞아,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조카가 다녀갔다. 산 넘고, 물 건너... 이모가 사는 집을 찾아왔다. 초행길의 생소함과 대중교통의 불편함을 무릅쓰고서 이모 집을 방문해준 성의가 고맙고 기특하다. 하긴 요즘 젊은이들은 핸드폰 하나로 세계 어디든 맘만 먹으면 찾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우리 때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얼마 전까지는 신천지와 대형교회의 세습에 관하여 열변을 토하곤 하던 조카다. 그런 문제들에 관해서는 이런저런 나의 생각을 가볍게 이야기로 나누기도 했었다. 나의 신앙과 다른 점을 신천지의 교리에서 발견했다면 깊이 생각하고 시시비비를 가려내 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신천지에 속한 사람들의 개인행동이나 집단행동의 문제점을 들추어내서 과잉으로 심각하게 탓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 나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행동도 그들 못지않게 오류를 범하는 것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내 눈의 들보 먼저 뽑으려는 노력이 더 우선순위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분노하고 있는 젊음들에게는 기성세대의 비겁함이나 자기변명처럼 들릴까 봐 수위를 낮추어 표현하려고 노력했었다. 인생을 살면서 주변의 상황이나 인물에 대한 탓을 하는 것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내부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더 효율적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함께 분노할 에너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러나 오늘은 자신의 앞날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내놓았다. 도로와 교통 특히 철도나 지하철에 관심이 많은 녀석인데, 요즘 남북 대화의 분위기와 북미 대화의 가능성에 고조되어 북한으로 연결될 철도를 기대하면서 자신의 미래와 현실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갔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알고, 그 분야를 향한 커다란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루는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모양이 좋아 보였다. 또한 20대 청년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순수한 신앙심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통해서라도 배우고자 하는 태도와 고민도 많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태도도 보였다. 오랜만에 젊음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같이 살던 조카에 대한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늘 같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점을 찾아 격려해 주었다기보다는 고치면 더 좋아질 것 같은 행동들에 대해 가르치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기억 속에는 잔소리하는 어른의 모습으로만 남아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쓰려온다. 같은 사랑의 이면적인 모습이기도 하지만 성장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긍정적으로 표현해 주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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