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유럽4국(2019)

[2019 유럽 4개국 도시] 후기

truehjh 2019. 12. 15. 15:01

 

어쩌면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다닌 게 벌써 두 번째다.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까. 내심으로 궁금해하면서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고 있다. 런던 파리 비르샤바에서는 도토리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다녔고, 제네바에서는 승연부부의 빈틈없는 준비에 감탄하며 다녔기 때문에 나로서는 거의 완벽한 여행이었다는 생각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여행하는 내내 서로를 위하여 챙기며 아껴주는 마음이 느껴져서 고마웠고, 농담으로라도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말을 하지 않고 다녀서 신경 쓸 일이 전혀 없었다. 서로에게 스며드는 대화는 포근한 엄마품 같아서 맘 편히 다녔다

 

대학생 조카는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손가락 하나로 척척 다 해냈다. 어느 곳으로든 갈 수 있는 차편을 알아내고, 어떤 음식이든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연결하고, 어느 도시에서든 잘 수 있는 숙소를 찾아낸다. 자기 아빠의 신용카드만 있으면 된다. 계획했던 일들을 펑크 한 번 안 내고 척척 해결해 낸다. 젊음이 부럽고 시대가 부러웠다. 내가 살던 생활방식은 지워지고 있다. 이전의 생활방식이나 내 방법만을 고수하며 살 수는 없다. 인터넷을 사용하여, 앱을 이용하여, AI까지 등장한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은 저만치 먼저 가고 있다. 내가 신세대를 앞서 갈 가능성은 제로다. 뒤쫓아가기도 힘겹다.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드는데 어찌하랴.

 

 

 

드디어... 결국... 무려 4개월이나 걸려서 유럽 4개국 도시 여행기를 마무리했다. 이제 조금 홀가분하다. 처음에는 여흥과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여행기를 정리하리라는 마음을 먹고 시작했었다. 그런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흥미진진했던 사건들은 그때그때 적어 놓았기 때문에 잘 정돈해서 사진과 함께 블러그에 올리면 되는데 그 자체가 지난하고 힘든 과정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귀찮다는 생각이 앞서서 꾸물거리다가, 끝마쳐야 한다는 강박이 들면 다시 지속하는 시간들... 이런 작은 일에도 나 자신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

 

그래도 올해를 넘기지 않고 8월 여름의 여행기를 마쳤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완성된 글과 사진을 보면 다시 여행의 순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기록의 과정은 지루했지만,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각날 때마다 찾아 읽으면 추억의 장면들이 되살아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