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8.수(3). 바르샤바에서 인천으로
구시가지 광장에는 여러 종류의 레스토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레스토랑들은 건물 1층의 내부 공간 보다 더 넓은 실외 공간을 점령하고서 야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듯하다. 햇빛 가리는 천막을 설치하고, 그 아래 식탁과 의자를 놓고 고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우리는 마음에 드는 카페 앞에서 안내를 받고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에 보이는 음식 사진을 보고 가격을 비교한 후,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음식과 각자가 맘에 드는 음식을 골라 주문했다. 지금까지 다녔던 도시의 음식 가격과 비교해 보면 1/3 정도 될 것 같다. 그만큼 물가가 싸다는 이야기다. 음식의 양이 너무 많아 할 수 없이 남겼지만 마지막 서비스로 나온 체리주는 남길 수가 없었다. 달콤하고 향긋한 와인의 맛과 향이 오래도록 남을 멋진 점심이었다.
바르샤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도시의 80% 이상 파괴되었고, 그 후에 복원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친근감이 느껴진다.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올드타운을 뒤로하고 광장에서 나왔다. 우버를 탈 수 있는 길까지는 걸어내려가야 한다. 그것도 높은 계단이 계속되는 길이다. 마지막 난코스라고 여기고 힘을 내어 걸었다.
우버는 금방 연결되었고, 우리는 공항에 아주 일찍 도착했다. 영국으로 들어갈 때 환승했던 바르샤바공항은 규모가 작다고 느껴졌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복잡하게 구성된 상가도 많았고,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엄청 많았다. 내가 걸어 들어가는데 부담이 될 정도로 동선이 뒤엉켜 있다.
또한 솅겐조약 비가입 국가로 가는 사람들의 출국과정이 복잡하고, 공항서비스도 불친절하다.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서유럽 도시보다 훨씬 못한 것 같다. 십여 년 전 우리나라도 이랬겠지만, 폴란드는 아직 장애인에 대한 사회인식이 변화되지 않은 것 같다. 지금까지 다니던 서유럽 도시에서는 지팡이 짚고 걷는 모습만 보고도 따로 안내해 주었는데 여기서는 본체만체한다. 귀찮다는 듯이 더 까다롭게 검사에 임하는 태도가 보여 마땅치 않았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힘겹게 출국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를 찾아갔다. 비어있는 철제 의자에 앉았다. 3시간 반을 기다려야 한다. 육십이 넘으면 9박 10일의 여행은 무리인 것 같다. 이가 떨어지고, 잇몸이 상하고, 입안의 점막이 헐고, 눈이 빡빡하고, 다리가 아프고, 발가락이 붓고 등 등 식구들은 모두 녹아 떨어지고 있다. 이제 10시간만 가면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익숙한 곳, 내 나라로 간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아자아자 파이팅!
떠남이 좋아 설레는 마음으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허망하다.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돌아올까. 하여간에 좋은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할 뿐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건강하게 귀국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탑승했다. 미리 예약해 놓은 자리는 화장실 옆자리다. 공간이 조금 넓어 편할 것 같아서 결정했는데 잘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냄새가 신경 쓰인다. 순간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니까 열 시간 정도는 참자. 마스크를 하고, 스카프를 두르고, 운동화를 벗고 최대한 편한 자세를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지루한 비행시간이 끝나간다. 마지막 식사시간인데 앞자리에 앉은 젊은이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좌석을 앞당기지 않고 있다. 승무원은 그녀를 향해 의자를 제 위치로 조정할 것을 권유했다. 그 젊은이는 꼼짝을 하지 않는다.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승무원을 향해 ‘댓츠오케이’라고 선심을 썼더니 커피 달라는 줄로 알아들었나 보다. 커피를 준다. 전혀 다른 발음을 했는데 어찌... ㅠ..ㅠ... 아니라고 하고 사과쥬스를 부탁했다. 빵 한조각과 함께 기내 조식을 마친 후에 진통제를 복용했다. 아픈 엉치 때문에 일어나 걷기 힘들까 봐 걱정스러워서 약으로 대비한 것이다. 고통에 대한 걱정은 언제 끝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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