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코로나19 팬데믹

코로나19 - 만일...

truehjh 2020. 2. 24. 23:51


정말 심각하다. 불안과 공포가 만연해 있는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되려나. 아침부터 카톡이 씨끌버끌하다. 모두가 두렵단다. 생필품을 구입해 놓아야 한다는 걱정들이 가장 우선이다. 대구를 중심으로 품절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사실 마스크가 동이 난지는 오래되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물건을 사재기 시작할 것이다. 나도 아침 배송을 예약해 놓았는데, 받고 보니 물건 하나가 빠져있었다. 벌써부터 이러니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상황 수습이 잘 안 될 경우를 상상해 보라. 머릿속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신천지와 관련된 청도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20년간 갇혀 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죽음을 맞이한 사람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그에 대한 소수자 인권 운동가들의 외침이 모 SNS에 올라왔다. 가슴 아픈 사연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모든 방송 매체에서는 확진자들의 80% 이상이 대구 신천지교회 관련자들이라고 강조해서 알리고 있다. 종교를 가진 한 사람으로서, 아니 예수를 믿는 사람으로서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코로나19 관련 뉴스 일색인 티비를 끄고, 심심하고 궁금한 차에 과자 상자를 열었다. 오래전에 사 놓았던 스낵류 하나가 눈에 띄었다.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꺼냈다. 봉지를 뜯으면서부터 후회했다. 안 먹어도 되는 과자를 왜 지금 먹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혼잣말을 하면서, 손에 과자부스러기 묻는 것이 싫어서 젓가락으로 집어 먹었다. 스낵류를 먹고 나면 입안이 불편해진다는 것은 경험상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먹었다. 과자를 먹는 아기들의 입안 점막은 어떻게 될까 걱정을 하며 생각없이 먹다가 무의식적으로 다시 티비를 켰다. 코로나19 관련 뉴스 일색인 티비 화면에는 코로나균의 형체가 커다란 배경으로 흉칙하게 나오고 그 앞에서 열띤 패널들이 침 튀기고 있다. 이런 소리 저런 소리 마구 해대는 것을 들으며 꾸역꾸역 먹고 나니 어느새 다 먹었다.

 

저녁을 먹고 어물쩍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사이다 같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를 보고 있는데 목이 불편했다. 소금물 양치질을 여러 번 하고 누웠다. 만일,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정리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 정리할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정리할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최근 나는 여러 가지 걱정을 안고 살았다. 아무런 해결방법이 없는, 어쩌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걱정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웃음이 나온다. 막말로 죽음을 코앞에 놓고 있다면 그런 걱정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엉뚱한 생각이 꼬리를 물어 잠이 안 온다.

 

- 2020.02.24.() 누적 확진 833, 완치 22, 검사 중 1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