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시니어시대

65세... 제도적 노인의 나이에 들어서서

truehjh 2020. 3. 6. 11:31

65... 제도적 노인의 나이에 들어서서

 

우리나라 노인복지법은 65세를 노인으로 규정한다. 제도적으로는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과연 그럴까. 어떤 이는 70대 중반이 노인의 시작점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80세가 되어야 노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의 기준은 어떠한가. 젊은 시절에는 60세 이후의 삶을 노후라고 여겼었다. 그러나 60세가 넘어간 이후에도 내가 노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아지고, 피부가 늘어져 주름살이 생기고, 외부활동이 조금씩 줄어도 이전에 살아왔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어느 시점에서부터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이전의 생활방식으로 사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리고 그것이 노화에 기인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공교롭게도 제도적 노인의 나이와 내가 느끼는 노인의 나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최근의 내 삶은 그 이전의 삶과 확연히 다르다. 이미 나는 지속적인 육체의 고통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것이 노년기에 진입했다는 나 스스로의 진단이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정의와 인식은 계속 변하고 있지만, 나는 이제 스스로 노인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 기준은 제도로 규정하는 나이의 숫자도 아니고, 외모에서 느껴지는 노화나 경제적인 능력의 저하도 아니고, 나의 건강상태다. 건강상태를 결정하는 기준 또한 개인차가 많을 것이지만,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지속적인 고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비교적 건강한 상태라고 여길 수 있다. 정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을 처방받고 있더라도 조절할 수 있는 병이라면 그것이 노화의 기준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일상생활을 평이하게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통증을 가지게 되었다면 다르다. 몸을 오래 사용했다는 증거로의 통증은 노화의 기준이 될 수 있다. 65세를 기점으로 하여 노인이 되었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건강상태를 참고하여 스스로 노년기에 들어섰다고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여러 가지 섭생으로 늙어가는 속도를 느리게 할 수는 있겠지만, 이전의 젊음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노화다. 노화로 인한 육체적인 고통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나의 노년기는 무엇보다 육체적인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야 하는 시기임이 확실하다. 생물학적이나 사회심리학적 퇴화과정 중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두려움은 질병에 의한 고통이다. 내 몸을 주체적으로 돌보며 살아가야 하는 시기에, 두려움에 저항하거나 제거하려는 반응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노화라는 것이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능력을 파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병원과 친해지는 시기, 주치의가 필요한 시기, 정기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는 시기, 건강상의 문제로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기, 그래서 자신의 삶을 축소시키고 정리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바로 나의 노년기, 나의 실버시대다.

 

노년기에 도달한 나는 신체적 노쇠 현상으로 인해 빚어지는 심리적, 사회적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노후에 뭔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은 무리수를 두는 것이어서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현실도, 젊었을 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삶의 방식이 펼쳐진다 해도,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부터는 감정이나 사고의 소비를 절제하고 좀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생각의 흐름을 조절하고 살아야 한다.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멈추고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내가 가진 것으로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단순하고 가벼운 삶이고, 나답게 사는 삶이고, 지난 세월에 만들어진 나다움으로 사는 삶이다. 이룰 수 없는 욕망을 꿈꾸는 삶보다,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단순하고 가벼운 삶에서 오히려 더 풍부하고 깊게 삶의 의미를 누리게 되는 아이러니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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