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시니어시대

거리두기와 영상예배

truehjh 2020. 8. 24. 16:52

거리 두기와 영상예배

 

1주일에 한 번씩 교회에 가서 대중과 함께 예배드리는 예식(ritual)을 대신하여 컴퓨터모니터 앞에 앉아 영상으로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거리 두기 방역 대책의 일환으로 현장예배를 영상예배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집에서 혼자 영상예배를 드렸다. 옷을 단정히 입고 의자에 앉아 경건히 드리는 예배였는데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뻐근하다. 소박하고 진정 어린 한 시간의 예배지만, 대중과 함께 드리는 예배의 힘을 느낄 수는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영상예배는 함께 사는 가족이 없으면 혼자 드리는 예배나 마찬가지다. 평생 드리던 예배의 형태가 달라지니 습관적으로 교회에 갔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동이 자유가 없어졌을 때를 대비한 현대인의 예배형식으로 받아들이면 그런대로 마음 편히 적응할 만하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연동교회에 참석할 때의 일이다. 성가대원들이 교회버스를 타고 이동 중이었는데 우연히 유명 연예인 집사님 옆에 앉게 되었다. 그녀는 시간 맞추기가 어려울 때는 컴퓨터를 앞에 놓고 녹음해둔 영상으로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그 당시에 나에게는 정말로 생소한 방식이었다. 이해되지 않는 방식으로 드리는 예배가 과연 예배인가를 의심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는 동안 예배의 방식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예배자는 예배를 드리거나 예배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교회 안에는 예배를 보거나 예배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 같다. 어쩌면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성경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이야기다. '너희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어디서 예배드리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될 때가 온다. 사실은 그때가 지금 왔다. 하나님 앞에서 중요한 것은, 너희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이다. 너희가 드리는 예배는, 너희 영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예배여야 한다' 우리가 맞닥뜨린 엄중한 도전을 통해 기존 개념을 깨고 나와 다시 본질에 다가가야 할 때다.

 

집에서 혼자 영상예배를 드리며 예배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쭈욱 하고 있다. 사실 매주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면서도 예배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그리고 진정으로 예배드리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단지 대중과 함께 드리는 예배에서 느껴지는 감동에 매료되어 대중예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예배의 형태를 잠시 바꿔야 한다는 상황에 완벽하게 적응하기 어렵지만, 형태를 바꾼다는 것이 본질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기독교의 예배란 궁극적으로 자기희생의 삶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진정한 예배의 자세를 상실한 현대교회는 초대교회의 예수 정신으로 되돌아갈 기회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자신을 산 제사로 드리라는 성서의 말씀을 기억하며 아픈 마음으로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예배란 산 제사가 되어야 한다고 성서는 말한다. 결국은 삶이 예배여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는 과연 희생의 제물을 드리고 있었는지, 그리고 진실한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지에 대한 자문에 그렇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구약성서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예루살렘성전을 빼앗기고 성전에서 예배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가증스러운 제사에서 태운 기름 냄새가 역겹다고 하신 하나님께서 모든 제사를 폐하신다고 예언자들이 경고했다. 그렇다면 지금 교회가 마주하고 있는 이 엄중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거짓되고 이중적인 우리의 삶과 예배에 대하여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볼 때다. 습관처럼 드려지는 예배, 마음을 다 담지 않은 헌금, 허례허식이 가득한 만남과 교제, 지식만을 뽐내는 성경공부, 호시탐탐 이기심 가득한 자아를 드러내는 인사 등, 이 모두를 돌이켜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교회에 속한 우리가 그리고 예수를 믿는 그리스도인 각 사람이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회개해야 하는 때를 맞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나부터다. 내 신앙의 기초부터 다시 세워야 하는 시간인 것 같다. 교회와 교회공동체의 책임과 역할은 무엇일까. 그 안에 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며, 사회의 구성원인 상식 있는 시민으로서는 무엇을 지향해가야 할까. 그리고 나 개인의 삶에서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인간은 교만을 버리고 겸손을 되찾아야 할 때다. 덜 먹고, 덜 쓰고, 덜 버리고 덜 욕망하면 회복의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평화를 위해 스스로 희생의 제물이 되신 예수를 믿는 자로서 고백과 실천이 필요한데 머릿속에서는 끊이지 않는 질문이 오간다.

 

의지할 것이 하나님밖에 없는 사람을 일컬어 성경에서는 마음이 가난한 자라고 한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의 것이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며 하루하루 하나님을 의뢰하고 사는 것이 답이다.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는 삶! 그것이 곧 예배자의 삶이다. 기독교의 예배란 궁극적으로 자기희생의 삶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신을 산 제사로 드리라는 성서의 말씀을 기억하며 아픈 마음으로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진정한 예배자의 삶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내 삶을 주관하고 계심을 믿으며 예배하는 삶을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