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시니어시대

코로나19 팬데믹 세상

truehjh 2020. 6. 2. 16:00

코로나19 팬데믹 세상

 

내가 노인의 삶을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시기에,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을 'COVID-19'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CO'는 코로나(corona), 'VI'는 바이러스(virus), 'D'는 질환(disease), '19'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이 처음 보고된 2019년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증 환자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졌고, 결국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월에 코비드-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인간에게 침해당한 자연의 반란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심각한 코로나19 펜데믹 세상이 되었다.

 

우리나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피해야 코로나19 감염병을 막을 수 있다고 하며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방역조치를 취했다.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거나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등 밀접한 접촉 활동을 피해야 한다. 대면 활동을 통해 사회생활을 하던 사람들은 달라진 환경조건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거리 두기와 마스크로 만남을 조정하여야 하고, 직장에서는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교회에서는 예배조차 영상으로 드리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익숙했던 삶의 방식들은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도록 상상하지 못했던 전염병의 등장으로 모든 일상의 생각과 감정과 삶이 일시 중지하고 말았다.

 

감염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나도 집에만 콕 박혀있으니 답답하긴 하다. 워낙 집콕을 좋아하는 성향이긴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교회에 가서 드리던 예배는 영상 예배로 대체되었고, 일주일에 세 번 가던 수영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할 때부터 휴관했다. 한 달에 한 번 가던 미용실이나 한두 번 가던 마트마저도 왠지 가기가 꺼려진다. 지난주에는 사무실에도 나가지 않았다. 꼬박꼬박 주기적으로 행해지던 모든 일정이 올스톱된 상태에서 온라인상의 사회관계망을 통해 겨우 사회와 소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형성하고 있던 관계망을 계속 유지하고 감당하기가 벅차서 줄일 수밖에 없는 노인의 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도적인 기회를 만들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고 복잡한 관계성이 다 정리가 되고 있다. 그중에서 정리하지 않고 남겨 두었던 욕망, 거의 유일한 관심거리였던 여행에 대한 욕구마저 잠재워야 한다. 2019년 유럽 자유여행을 끝으로, 과도했던 여행에 대한 욕구도 절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젊었다면 이 시기를 보내는 것이 참 어려웠을 텐데 노년의 시기에 접어든 만큼 크게 문제 되는 것은 없다.

 

나는 당분간 잠시 멈추고 아무것도 안 하기로 했다.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마음먹고 아무것도 안 하니까 마음은 편하다.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결벽주의자 같은 죄책감이나 죄의식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 질적으로 전혀 다른 쉼이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까. 보름이 될지 한 달이 될지 아니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 이 엄중한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뿐이었다. 단지 활동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문제다. 잘 움직이지 않는 성격에다가 거리 두기가 계속 연장되는 상황이니만큼, 줄어든 활동량에 신경을 써서 건강을 지키는 것에 유의해야겠다.

 

중세에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와 20세기 들어서서 스페인 독감은 인류가 경험한 참혹한 감염증이다. 최근에는 사스, 신종플루에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타났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살아가는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지고, 기존의 규칙들을 바꾸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낼 것이다. 세상은 조용히 끈질기게 질서를 찾아가겠고, 나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갈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이지만 혼자살이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사람이다. 친구들, 가족,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전히 내 옆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