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시니어시대

홈리스와 하우스리스

truehjh 2021. 3. 2. 10:16

홈리스와 하우스리스

 

부동산정책이 여러 번 발표되면서 집값이 요동을 쳤다. 집을 가진 자나 가지지 못한 자들 모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부동산정책을 탓해가며 세금이 많아진다고 탓하고 있고, 무주택자들은 오르지 못할 나무라며 허탈에 빠졌다. 집값을 들썩이며 돈 벌 생각만 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골치가 아프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런 세상을 벗어나서 살 수도 없으니,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져야 하는데 잘 안된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나도 아파트 두 채를 가지고 있던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면 현재 내 소유의 아파트가 없다는 것에 대하여 무력감이 들어 씁쓸하다.

 

얼마 전에 아주 작은 오피스텔을 하나 마련했는데, 며칠 전에 잔금을 완납하고 등기소에 서류를 맡겼다. 오피스텔 값을 다 지불하고 나니 내가 가진 현금이 별로 없어서 걱정이 되긴 한다. 정말 하나 마나 한 걱정인 줄 알면서도 걱정을 하며 살게 된다. 영태리로 주거공간을 옮기고 나서부터는 계속해서 미래에 대한 돈 걱정을 하고 사는 것 같다. 70세가 넘어서 해도 되는 걱정을 미리 땡겨 온 것이다. 그것이 급하게 오피스텔을 마련한 이유다. 월세를 받아 생활비에 보태쓰기 위한 최후의 대책이다. 평균 1인 가족 생활비 이상이 필요한데 국민연금, 회사에서 받고 있는 급여로는 충분치 않아 생각해낸 궁여지책이다. 이미 저질렀으니 잘했는지 못했는지 따져보아도 소용이 없다.

 

주거용 오피스텔이지만 내가 당장 들어가서 살 곳은 아니다. 10년 후 마땅히 갈 곳이 없으면 들어가 살면 된다. 지금 내 마음과 건강 상태로는 오피스텔에서 산다는 생각만으로도 답답함이 느껴진다. 아직은 공간이 조금 넓은 집이 좋다. 작은 오피스텔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다면 실버타운이건, 실버센터건 내가 살만한 집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부담으로 남아있다. 나의 마지막 거주지는 어디여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노후에 공동체 생활을 원한다고 떠들며 살던 때도 있었다. 결혼으로 만들어지는 공동체 생활의 가능성이 점점 희박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부터는 아주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 당시만 해도 나에게 집이라는 개념은 공간보다 구성원이 의미가 더 컸다. 그래서 공간적인 의미로의 집은 재산을 모아두는 가치 정도로 치부했었다. 그것이 오판이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공동체에 대한 갈망은 무효화 되었고, 결국은 혼자살이에 접어들어서야 집이라는 공간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홈리스뿐만 아니라 하우스리스의 삶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아주 씁쓸한 기분이다. 사람의 걱정과 계획은 정말 아무 쓸모가 없다. 특히 나에게는. 지금까지 사는 동안 계획한 대로 된 것은 없으니까,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뒷짐 쥐고 있을 수밖에 없다.

 

평균수명을 고려해서 앞으로 20년을 살아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남은 기간 동안 나에게 없는 것을,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지기 위해 낭비할 시간이 아니다. 지금은 영태리의 삶을 즐기면 된다. 넓은 공간에서 여유를 누릴 수 있고, 계절마다 텃밭에서 내어 주는 야채와 과실들을 볼 수 있고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가. 아무 걱정 없이 그냥 지금처럼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미래의 돈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으면 모든 일상이 가볍고 감사할 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것들을 계수해 보면, 실상은 넘치는 것도 없고 모자라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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