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자기 전에 허겁지겁 먹은 바나나 때문에 배가 부글부글 불편했지만, 그래도 식사는 하고 움직여야 할 것 같아서 호텔식으로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룸으로 올라와서 창문을 열고 주변 풍경을 사진에 담을 때야 비로소 핸드폰이 아직도 비행기모드임을 발견했다. 열어보지 못한 카톡에 늦은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핸폰이랑 친하지 않은 나지만 해도 해도 너무했다.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펴보았다. 아름다운 아침이다.
렌트한 차를 타고 성산항에 도착했다. 승선권을 사고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들어온 배를 타고 가서 우도의 선착장 천진항에서 하선했다.
도토리 부녀는 올레길로 떠나고, 작은 올케와 나는 이동수단을 마련하려고 두리번거렸다. 자전거나 전기차를 렌트해 주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노인 차별이라고나 할까. 할 수 없이 우도 투어버스를 이용하려고 티켓판매소를 향해 조금 걸어가다가 옆에 있는 대여소를 기웃거렸다. 친절한 젊은이가 나와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면서 한 번 시험해 보란다. 후기가 좋은 집이라더니 과연 친절하다. 2인 전기차 종일권을 3만 원에 빌려 타고 우도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내 머리가 커서 헬멧을 고르기 어려웠다. 직원의 도움으로 조금 큰 것을 추천받아 쓰고 전기차에 올랐다. 2~3분 연습을 하고, 열심히 핸들을 돌리면서 해변가의 길을 달렸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아 온 몸에 힘이 들어가서 운전하기가 힘들었다. 핸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하니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보지 않아서란다. 오고 가는 차들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등대를 향해 가다가 예쁜 찻집 옆 갓길에 전기차를 세워놓고 찻집으로 들어갔다.
두 시간 정도 돌아다니다가 너무 힘들어서 대여소로 돌아와 반납하고, 올레길을 돌고 있는 도토리 부녀를 기다렸다. 우도의 태양 아래서 올레길을 걸어온 부녀는 완전히 탈진한 상태다. 기운을 차리기 위해 물과 쥬스를 권하며, 점심으로 밀국수와 수육을 먹고, 천진항에 가서 성산으로 가는 배를 탔다.
어제 묵었던 숙소는 퇴실을 했으니, 애월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6시 전에 숙소에 도착하기 위해 열심히 달렸다. 숙소에 도착해서 내리다가 쥐가 일어나 엄청 고생을 했다. 여행 중에 집에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오랫만이다. 이제는 여행이 피곤하다는 증거다. 집 대신 호텔룸으로 들어가자마자 따뜻한 물로 샤워부터 했다.
저녁은 도토리와 둘이서 치킨을 배달시켜 맥주와 함께 맛있게 먹은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드라마 슬의생을 보면서 피로를 풀었다. 오늘은 날이 너무 좋아서 피부가 다 익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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