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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 제주도(1) 동생찬스

truehjh 2021. 9. 3. 11:38

2021. 08. 25(수) 동생 찬스

 

장기간 코로나19 거리 두기로 인한 우울감이 여름 무더위로 인해 극대화되고 있던 시기에 동생의 권유로 막바지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함께 해준 동생 가족 덕분에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다. 다녀오기 전에는 우울증에 걸린 것 같이 감정이 엄청나게 가라앉아 있어서 내일 일을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는 상태였다. 눈앞에 벽만 보이는 것 같았는데, 다녀오고 나니 먼바다를 눈앞에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번 제주도 여행이야말로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 갈등하면서 진행한 아주 오묘한 여행이었다. 첫 번째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상태에서 여행을 진행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것일까에 대한 갈등이었다. 제주도도 거리 두기가 4단계로 바뀌는 바람에 나쁜 짓을 꾸미고 있는 것 같은 긴장감이 맴돈다고나 할까. 두 번째는 허리 통증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 수월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을 진행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것일까에 대한 갈등이었다. 매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냥 농담 삼아 걱정한 것이지만 이번에는 왠지 진지하게 나에게 질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갈등 상황 속에서도 여행 가겠다는 욕심으로 수영장에 계속 나갔다. 운동을 너무 열심히 했는지 허리 상태가 더 나빠진 것 같다. 지난 여행까지는 아팠던 통증의 감도를 시간으로 따져서 1시간에 10분이었다고 치면 올 최근의 통증 감도는 1/2시간에 10분이라고 할 정도로 통증 속에서 살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을까???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면 어찌해야 할까???

 

떠나기 전날부터 진통제를 미리 챙겨 먹었고, 또 따로 두둑이 챙겼다. 5박 6일의 짐은 필수적인 것만을 기본으로 준비하여 캐리어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 오후 3시 30분에 출발했다. 배 덮개와 엉덩이 받침 넣은 작고 가벼운 배낭을 등에 메고, 휴대폰과 마스크를 넣는 지갑은 목에 걸고 동생 친구 차에 올랐다.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천안에서 출발한 도토리는 먼저 와 있었다. 아시아나 우수고객인 동생 덕분에 줄 서지 않고 짐을 부치고, 앞 좌석을 배정받았다. 우리는 식당가로 올라가 햄버거와 김밥과 떡볶이로 이른 저녁을 마치고 탑승했다. 

 

동생찬스로 편한 좌석에 앉았다며 수다를 떨면서 잠시 쉬고 있는 사이에 제주도에 착륙하겠다는 방송이 들린다.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의 거리가 엄청 가깝게 느껴진다.

 

제주공항에 도착 후 일찍 나온 짐을 찾고, 렌트카 사무실로 가서 예약해 놓은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6시 이후 2인 이상 모임 금지하는 방역 조치가 신경 쓰여서 두 명은 택시를 타고 갈까 하다가, 가족이고 숙소로 가는 길이라 예외 조항일 것이라고 서로 우기며 그냥 함께 가기로 했다. 단속하는 경찰을 만나면 우리 중 두 명이 내려서 택시 타고 가자고 이야기하며 숙소로 향해 갔다.

 

무사히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마치고, 숙소 편의점에서 바나나와 귤을 사 들고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갔다. 코업시티호텔은 지난 3월에도 계속 머물렀던 숙소라서 어설프지 않고 익숙한 집 같은 느낌이다. 짐을 풀고 나니 배가 출출했다. 5시쯤 먹은 식사가 소화가 다 되었나 보다. 아침으로 먹을까 했던 바나나 두 개와 귤 몇 개를 먹으며 도토리랑 이런저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착한 동생 가족 덕분에 호사를 누리며 보내는 여행 첫날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