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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 제주도(8) 집으로

truehjh 2021. 9. 17. 12:18

2021. 08. 30(월)

 

5시 30분 기상, 대충 씻고, 짐을 들고나와 택시를 탔다. 제주시의 아침 분위기는 침착하다. 4박 4일 같은 5박 6일의 제주여행 일정이 끝나간다.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절차를 마치고, 아침은 1인분 시켜서 도토리랑 반씩 나누어 먹었다.

 

게이트 앞에 앉아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여행을 마친 얼굴을 증명사진 찍듯 셀카로 핸드폰에 남겼다.

 

이번 여행은 비행기 시간이 연기되거나 게이트가 바뀌는 일이 없이 진행되었다. 다시 동생찬스로 넓은 앞 좌석에 앉아 멍때리고 있는 사이 김포에 도착했다. 좌석에서 일어나 걸으려고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 한참을 고통스러워하다가 걸어 나왔다. 걸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두렵다. 몸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자꾸 말하는 것 같다. 여행을 가자고 하면 좋아서 따라다니는 즐거움도 사라져 간다. 서글퍼진다.

 

도토리는 공항에서 헤어져서 천안으로 내려가고, 마중 나온 동생 친구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방역 4단계 기간에 방역지침 잘 지키며 다녀왔다.

 

잠긴 현관문을 오래간만에 열고 들어와 환기하고, 짐을 풀어놓고, 천천히 움직이다 보니 점심이 되어 점심을 간단히 먹고, 누웠다가 잠이 들었다. 안부를 묻는 전화 소리에 겨우 잠이 깼다. 목욕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저녁 먹고 나서 이제부터는 맘 놓고 자면 된다. 몸은 힘이 들지만 마음은 감사함으로 가득하다.

 

2021. 09. 20(월)

 

제주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이 다되어간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코로나블루 같은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기분이 업되어 있는 상태다. 제주여행을 끝으로 지난여름의 무더위를 마무리하고, 뭔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은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몸이 말을 안 들어서 할 수 없이 시작이 미뤄질 것 같다. 핑계 같지만 사실이다.

 

지난여름에는 하도 답답해서, 내 삶과 내 사고에 영향을 주었던 책들을 다시 펴서 띄엄띄엄 읽곤 했다. 마치 성경을 수십 번 되풀이해서 읽듯이 마음과 영혼을 뒤흔들면서 자극을 주었던 글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감동이 연상되는 맥락을 붙들고 지난 세월과 씨름해 보지만, 같은 감흥을 불러오기는 어렵다. 기억과는 달리 전혀 새로운 내용의 글들이 나를 사로잡고 흔들 때가 더 많다.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지난번에 읽을 때는 이런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는데, 이번에 읽을 때는 저런 문구가 더 마음에 와닿는다. 책을 읽는 내가, 나의 시각이 달라졌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제주도 여행 역시 그렇다. 똑같은 장소에 여러 번 가도 감흥은 언제나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