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주에 지인이 소국을 들고 방문하셨다. 거실에 며칠 놓아두며 소국 향을 즐겼다. 그런데 얘네들이 여기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지금은 집안에서 가을을 즐길 수 있게 해주어서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말라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시들기 전에 마당에 옮겨 심어야 할 것 같아서, 생각난 김에 세 개의 작은 화분을 들고 마당으로 나갔다. 작약 옆에 억지로 쭈그리고 앉아, 호미로 흙을 파서 구멍 세 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화분에 있는 흙째 땅에 심었다. 나에겐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흙을 만지며 해냈다는 즐거움이 생겼다.
해냈다는 즐거움만으로 뒤돌아서기에는 뭔가가 부실한 것 같아, 고구마밭에 있는 흙을 파다가 북돋워주고 물을 주었다. 잔디가 오래도록 뿌리를 내리고 있는 땅이라 국화가 잘 살아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 가을을 잘 살아내고 또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내서 내년에 얼굴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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