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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 제주도(4) 올레길 20코스와 귀가길

truehjh 2021. 11. 6. 13:08

2021.10.24.(일)

 

어제 사다 놓은 삶은 달걀과 과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김녕해수욕장 주차장으로 갔다. 결혼사진을 찍는 예비 신혼부부들 몇 쌍이 해변 바람을 피하며 포즈를 취한다. 알 수도 없는 젊은이들이지만 그들의 미래에 즐겁고 행복한 인생이 펼쳐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어제와 비교하면 오늘 하늘은 우울한 빛을 띠고 있다. 도토리 부녀는 걸으면서 예배를 드릴 예정이란다. 그들을 보내고 우리는 한적한 곳으로 차를 옮긴 후 예배드릴 준비를 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에 변화된 신앙의 자세에 대하여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나의 Ritual을 지켜내고 싶은데 그것 또한 오만함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예배를 마치고 해안도로를 따라 월정리해수욕장으로 갔다. 카페거리에서 차를 잠시 세우고 뜨거운 커피 한잔을 테이크아웃해 가지고 조용한 공간을 찾아갔다. 복잡하지 않은 길가 공터에 차를 세우고 물멍을 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다.

 

평대포구를 향해 운전하고 가다가 20코스 올레길에서 열심히 걷고 있는 도토리 부녀를 우연히 만났다. 점심시간이니 우선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갈치찜이 유명하다는 갈치공장을 찾아가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우리가 조금 전에 만났던 올레길 중간으로 가서 부녀를 내려주고 근처에 있는 카페로 갔다. 당근쥬스와 당근케익이 유명하다는 카페다. 거기서 다시 부녀를 기다렸다. 

 

시간에 맞춰 도착한 부녀는 차 한잔을 마시고 한숨을 돌린 후 마지막 남은 길을 향해 떠나고, 우리는 카페 주변의 해안가를 조금 걸었다. 낚시하는 사람이보여서 거기까지 걸어갔다가 물세례를 받았다. 오늘은 바람도 파도도 조금 세다. 

 

적당한 거리를 걷고 나서 올레길 20코스가 끝나는 해녀박물관 주차장으로 갔다. 3일 동안 거의 60Km를 걸은 부녀는 거의 지쳐있는 듯하다. 그래도 성취감이 느껴지는가 보다. 길을 걷는 동안 만난 사람들 이야기로 웃음꽃이 핀다.

 

공항 근처의 호텔로 돌아가 렌트카를 반납하기 위해 도토리 가족은 나가고 나는 방에 남았다. 아침까지 괜찮았던 허리 컨디션이었는데, 오늘 무리를 했는지 움직이기가 어렵다.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날이니까 말이다.

 

도토리는 치킨 1인분과 샐러드 1인분을 사 들고 왔다. 그것으로 둘이서 저녁을 맛있게 나누어 먹고, 짐정리를 했다. 내일 아침 일찍 체크아웃할 준비를 마쳐야 한다.

 

 

2021.10.25.(월)

 

호텔에서 나와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불렀다. 제주공항 주변은 아침부터 교통체증이 심하다. 그래도 늦지 않게 모든 수속을 마치고 탑승할 수 있었다. 비행기 역시 만석에 가깝다. 이번에도 오고가는 비행기 편에서 앞좌석을 배정받는 동생찬스를 누렸다.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도토리를 천안으로 보내고, 우리는 차를 가지고 온 동생친구의 배려로 무탈하게 귀가했다.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창문을 열고 방 안의 공기는 환기하는 것이 첫 번째 일이다. 작은 가방과 캐리어에 들어있는 짐을 정리하여 제자리에 놓고, 침대방을 청소하고, 라면을 끓여 점심으로 먹었다.

 

짐정리가 끝나고 끼니를 해결했다고 바로 쉴 수는 없다. 냉장고를 텅 비워 놓고 떠났으니 당연히 오늘 저녁 먹을 양식부터 걱정해야 한다. 냉장고 문을 열고 이것저것 꺼내 보며 고민하다가 냉동야채로 결정했다. 세네번 먹을 만큼 덜어내서 볶아 놓고 마음 편히 쉬어야겠다.

 

이번 제주도행은 시작할 때의 몸 컨디션이 지난번보다 좋았다. 들뜬 기분으로 마지막 날 조금 무리를 했나 보다. 또 오랜 시간이 걸려야 회복될 것 같아 조심할 걸 하는 마음이 들지만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만도 감사해서 후회는 하지 않는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착한 동생가족 덕분에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