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시니어시대

여행 후유증

truehjh 2021. 12. 31. 09:33

여행 후유증

 

지난 11월 초부터 위드코로나 시대를 열었다. 위드코로나는 확진자 억제보다는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방역 체계를 뜻한다. 그러나 확진자 수가 7천여 명을 오르내리고, 위중증 환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1218일부터 다시 강력한 거리 두기를 실시하게 되었다. 덕분에 확진자 수가 하향곡선을 그리고는 있지만, 1월에는 만 명이 넘어갈 것이라는 예측과 전염속도가 엄청 빠르다는 변이종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만만한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의 올 한해에 나는 네 번의 제주 여행을 마쳤다. 오빠와 동생 가족이 올레길을 완주하겠다는 목표하에 떠나는 제주여행에 나도 가끔 합류해서 다녀온 덕분에 생긴 횟수다.

 

얼마 전에 다녀온 네 번째 제주 여행은 원래 45일 일정으로 떠났는데 본의 아니게 67일의 여행이 되고 말았다. 떠나기 전날 저녁에 발생한 급체로 인해 제주 호텔 방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동생은 서귀포에 남아 있는 오빠께 상황을 알리고, 회사와 학교 일정으로 가족을 데리고 귀경했다. 혼자 남아 비몽사몽 간 2박을 더 했고, 오빠네의 도움으로 공항으로 이동해서 집으로 왔다. 그 당시에는 생각이라는 게 남아 있지 않았고, 그 어떤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릿속이 텅 비어있었다. 가끔씩 나에게 일어나곤 하는 소화기계의 이상 증상이다. 나이 든 탓이려니 하고 무심히 지나가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오는데도 정신이 차려지지 않아 답답하긴 하다.

 

소화기계의 이상 증상의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어제 3차 접종을 마쳤다. 1, 2차는 아스트라제네카, 3차는 모더나 백신 접종이다. 3차 모더나를 맞고서는 조금 아팠다는 사람이 많다. 나도 부스터샷으로 인해 어제저녁부터 팔이 많이 뻐근하고, 몸살 기운이 있다. 찌뿌듯하게 아픈 것이 싫어서 진통제를 먹었다. 10년 넘게 다니던 수영장 출입도 등록하지 않았다. 이렇게 아직 일상으로의 복귀가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2021년도 연말을 맞았다. 새로운 한 해를 앞에 두고 근원적인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비단 코로나라는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만은 아니다. 내가 나이 들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당면하게 되는 육체의 연약함이라고나 할까. 노쇠라고나 할까. 그런 것들에 대한 두려움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 가운데 95%는 마음 안에서 착각으로 일으킨 비이성적 두려움이라고 한다. 내가 아프면 누구에게 의탁할 것인가. 젊은 세대를 이어놓지 못했다는 후회와 무능감에 괴롭고, 늙어가는 형제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될까봐 두렵다. 그나마 아직 형제들이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지키고 있으니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나이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아니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있을까. 나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아니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있다. 내가 처해 있는 곳에서 이웃과 더불어 하나님 나라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나의 마지막 바람이라면 바람이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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