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시니어시대

67세... Well-Aging & Well-Dying

truehjh 2022. 3. 7. 21:10

67세... 웰에이징과 웰다잉

 

이어령 선생이 암 투병 끝에 향년 88세로 생을 마감하셨다. ‘2022226일 정오경 가족들에게 둘러 쌓인 채 죽음과 따듯하게 포옹하였다고 그의 아들이 전했다. 아무런 의료적 장치에 기대지 않고, 링겔로 최소한의 영양만 취하시다가, 죽음을 대면하는 듯 아주 평화롭게 마지막 숨을 조용히 쉬셨다는 설명이었다. 항암치료를 거부했고 일체의 치료 약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마지막 시간을 지켰던 아들이 전한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병원 중환자실에 갇히지 않고, 생명을 다하는 순간까지 집에서 해를 쬐며 삶 쪽의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고 한다. 그것은 미련이 아니고 책무였단다.

 

진짜 죽음은 슬픔조차 사라진 상태라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 삶과 죽음 그리고 그 너머의 어떤 것이라도 다 이해하고 받아줄 만큼 포용적이었던 그의 사유가 부럽다. 언어에 대한 깊고 넓은 통찰은 그가 남긴 모든 글에서 엿볼 수 있다. 살아생전에 이룬 그의 업적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가 무신론자였다가 신앙인이 되는 과정에 관심이 생겼고, 그가 어떻게 하나님을 인식하고 궁극적으로는 믿게 되었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죽음에 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암에 걸려 투병하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남겼고, 그 이야기들을 글이 되고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나 역시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죽음을 향해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다는 뜨겁고 강렬한 욕구를 느낀다. 나의 죽음은 어떠할까. 나도 언젠가는 직면할 것이고, 나도 평화롭게 죽음과 대면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다. 노화 즉 죽음에 이르는 길에서 일어난 일을 좀 더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싶다. 나중에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 미리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어령 선생의 죽음을 계기로 삼아 조금씩 천천히 솔직하게 대면할 준비를 하고 싶다. 너무 이른 시기에 시작하는 것 같지만 생명의 탄생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것이 의미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집착하지는 않는다.

 

나는 웰다잉보다는 웰에이징이라는 화두에 사로잡혀서 살고 있었다. 내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과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을 기록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나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거의 다 한 것 같다. 그렇다면 글쓰기도 멈출 때가 된 것일까. 점점 타인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거니와 나에 관한 관심도 사라지고 있다. 아직 남아있는 관심은 내 몸의 건강상태이며 그것으로 인한 웰다잉이다. 고통 없이, 잠자듯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제 웰에이징의 과정이 끝날쯤이면 웰다잉에 관해서 집중하고 싶다.

 

그러나 너무 일찍부터 죽음을 가까이에 두려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근력이 조금씩 생겨났던 것처럼 근력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다. 이 미세한 반응은 어느 순간 갑자기 감지하게 되는데 그때는 이미 많은 양의 근 손실이 일어난 후이며 힘을 다시 내기 어려운 상태에 도달한 후일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노쇠와 죽음을 대면할 준비가 필요하다. 이어령 선생은 항암투병을 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잘 준비한 것 같다. 나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잘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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