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시니어시대

팬데믹에서 얻은 교훈

truehjh 2022. 1. 19. 10:17

팬대믹에서 얻은 교훈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하고 팬데믹 기간을 사는 동안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 비대면 언택트 사회에서도 살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다. 팬데믹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이동이 불가능해졌을 때에 대한 걱정이 재 한 움큼의 숫자보다 훨씬 많았다. 나이가 들어서 혹은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서, 아니 그런 환경이 된다고 하면 어쩌나 등등 하나마나한 걱정에 붙잡혀 있었다. 그러나 팬데믹을 살아가면서 바뀐 생활양식은 나에게 새로운 방법을 알려 주었다. 코로나로 인해 생활의 스타일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이 또 하나의 길이 되었다. 나이가 들어 폐쇄된 공간, 폐쇄된 인간관계, 폐쇄된 영성 생활을 할 수밖에 없을 때가 된다고 하더라도 겁내지 않고 나답게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팬데믹시대에 적응한 비대면 생활양식을 참고삼아 적응할 수 있는 것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영상예배가 첫 번째다. 요즘 혼자 영상예배를 드리며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나이 들어서는 걸어 다닐 수 있는 교회 옆에서 살아야 할 것 같아 오랜 기간 마음을 태우며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런 준비가 별 필요 없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도된 바는 아니지만 코로나 팬데믹의 결과로 영상예배가 가능해졌다는 사실이 나를 염려의 도가니에서 끌어내어 주고 있다. 내가 물리적으로 교회를 나갈 수 없게 되었을 때의 내 영적 갈급함에 대한 걱정이 희석되고 있다는 의미다. 영상예배가 이것에 대한 해답을 발견하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하여간에 이런 형태의 예배나 신앙 활동도 가능할 것을 생각하니 약간은 마음이 놓인다.

 

다음은 배달문화다. 예를 들면, 배달시스템이 발달하여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편리해졌고, 자가격리 같은 삶을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 익숙해졌다. 밖으로부터 에너지를 충전시키려는 사람 아니면 살아가는 데 별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또한, 내가 찾아가야 하는 만남은 줄이게 되고, 나를 찾아오는 만남만 남기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인간관계의 폭이 완전 줄어들었다. 그것도 별 불편함이 없어 잠시 잠시 외롭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홀로 살다 가는 인생인데, 나를 필요로 해서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외에는 내가 필요하다고 도움을 요청하려고 찾아갈 사람을 만들 수는 없는 것 같다.

 

줌모임도 있다. 40년 지속한 겨자씨 만남의 형식도 그렇다. 줌이라는 매체를 통해 겨자씨 모임 친구들과 함께 우정을 나누며 살고 있다. 대면으로 만나기 어려우니까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비대면의 만남이 가능해졌다. 다행이다. 배달, 줌모임 등을 활용하면서 산다면 외롭거나 불편함은 어느 정도 해소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을 들자면 음식에 관한 나의 태도다. 내 인생 60여 년 만에 무엇을 먹을까를 미리 생각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내가 먹을 것에 대하여 미리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반전이다. 독립 전에는 이미 있는 음식을 차려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독립하고서도 냉장고 문을 열고 눈에 뜨이는 음식을 꺼내서 먹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무엇을 먹을까를 미리 생각해 보곤 한다. 더 나아가서 무엇을 먹을까가 걱정이 아니고 즐거운 상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반면에 무엇을 입을까를 생각해야 할 기회는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무엇을 먹을까보다는 무엇을 입을까를 생각해야 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무엇을 입을까보다는 무엇을 먹을까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다. 모든 사회활동이 축소된 이유가 가장 크지만,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도 아주 큰 이유 중의 하나다.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집에서 입는 편한 옷만 계속 입게 된다. 옷장 속의 옷들이 많지도 않지만, 2년이 지나고 또 한해가 지나도 세상 구경 한번 하지 못하고 있으니 언제까지 저렇게 넣어두고 있어야 하는지 헷갈린다. 요즘은 곰팡이 걱정까지 하게 된다. 펜데믹은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달라진 것이 또 있다. 지금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코로나로 인해 생긴 변화인지 확신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나이라는 변수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도적 노인의 나이에 들어섰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경제적인 욕망을 적정선에서 포기했고, 거주지와 교회에 대한 염려 역시 잠시 내려놓았다. 건강 상태는 허리 문제를 제외하면 큰 걱정은 안 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살아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삶이었으면 좋겠지만 가능하지 않은 것은 생각하지 말자. 멀리 내다볼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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