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시니어시대

제주 올레길을 드라이브로

truehjh 2022. 7. 4. 12:39

제주 올레길을 드라이브로

 

해외로 여행 나가기를 좋아하는 동생 가족 덕분에 한때는 여름 휴가라 하면 해외여행을 의미하기도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요즘은 제주도 여행으로 대체된 것 같다. 아직은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니까 대신에 국내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동생은 올레길 완주의 목표를 두고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제주도를 간다. 벌써 올레길 두 번째 완주를 달성해 가고 있단다. 오빠네도 올레길을 완주하고 요즘은 동해의 해파랑길을 걷곤 한다. 모두가 산티아고길을 걷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꿈을 꿀 수조차 없지만 오빠와 동생은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

 

덕분에 나도 가끔 동생 가족의 제주도행에 동승하곤 한다. 이번 6월에도 제주도에 다녀왔다. 올해 들어 첫 번째지만, 작년에는 네 번을 다녀왔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찾는다. 차 렌트 가격도 엄청 많이 오르고, 숙박비도 점점 올라가고, 음식값도 은근히 올라가고 있지만 그래도 국내에서의 일이니 감수하고 다니면 된다. 나는 렌터카를 이용해 짧은 거리를 왔다갔다 하며 올래길 종착점이나 시작점에 데려다주는 정도지만, 바닷가 해안길을 달리는 기분이 색다르다. 작은올케와 함께 예쁜 카페를 투어하는 것도 색다른 맛이 있다. 제주도 특색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였는데, 자주 가다 보니 그냥 먹던 음식을 먹게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여행의 조건이 아주 많이 좋아져서 다닐만한 곳이 아주 많이 개발되었다. 다녀오고 나면 잘 다녀왔다는 결론을 내곤 하지만, 떠나기 전에는 엄청 많이 갈팡질팡하곤 한다. 다리가 말을 잘 안 듣고 자주 경련이 일어나고, 허리 통증과 멀미가 점점 심해지니 마음이 자유롭지가 않다. 나는 언제까지 따라다닐 수가 있을까. 제네바에서는 같이 스페인 여행을 하자고 제안하지만 긴 비행시간을 견뎌낼 자신도 없고, 내 집 아닌 곳에서 한 달 정도 지내는 것도 자신이 없다. 유럽에서 몇 달간 아무 일 없이 머물러 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에 있었는데, 실현할 가능성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나이 들어감의 슬픔인 것 같다.

 

엄마가 살아계실 때 우리가 모두 해외로 나가고 엄마가 집에 홀로 남아계실 때의 마음이 어떠하셨을까. 엄마도 함께 떠나고 싶으셨을까. 엄마도 자신이 없으셨던 걸까. 함께 떠나고 싶다는 내색을 하신 적이 없다.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했던 이스라엘 성지순례로 만족하고 계신 걸까. 가끔 여행 같이 가자고 은근히 부추기면 엄마가 사양하셨는데 뭐라고 이유를 말씀하셨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당시 엄마의 입장에 대한 나의 생각이 짧아서였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또 죄송스럽다. 나였다면 엄청 부러웠을 것 같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엄마의 결정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고 제멋대로 고장이 자주 난다. 소화 기능도 약해져서 색다른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고, 가고 싶은 곳으로 마구 걸어가기도 힘들고, 내 짐가방을 힘들이지 않고 척척 옮겨 놓을 수도 없고, 샤워실에 서서 씻기도 힘드니 어떻게 마음 놓고 여행을 즐길 수 있겠는가. 다른 가족에게 큰 불편을 주지 않도록 행동할 수 있을 때까지만 가능한 것이 함께 하는 여행인 것 같다. 뭐니뭐니 해도 자신의 형편을 잘 알아서 처신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휠체어 밀어줄 수 있는 나이의 형제들이 아니니, 그들의 자유로운 여행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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