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한지붕아래서

설 명절 풍경

truehjh 2023. 1. 25. 10:29

엄마의 여덟 번째 추도예배를 드린 후,

1세대 7명이 나란히 앉아서, 2세대 8명과 3세대 2명의 세배를 받고 있는 풍경이다. 

 

코로나 3년 만에 형제들이 다 모였다. 그 사이에 가족이 커졌다. 조카 손주 2명이 태어났고, 한 달 후에는 1명이 더 태어날 예정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오빠네 집에서 모인 가족 모임 중에서 가장 많은 식구가 모인 설 명절이었을 것이다. 

 

태어난 지 한 돌과 세 돌이 지난 조카 손주들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넘치는 에너지를 받아내기 힘들어 앙증맞은 손가락도 제대로 잡아주지 못했다. 조카들이 어릴 때는 데리고 노는 것이 너무 재밌었는데, 이제는 힘에 겨워 손주들과 놀 수가 없었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랜만에 만난 젊은 조카들에게도 물어보고 싶은 말과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철없는 늙은이처럼 보일까 봐 입 다물고 있었다. 열심으로 일상을 일궈 가는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 말이다. 늙으면 입을 닫고 지갑을 열라고 하는데, 열 지갑마저 없으니 단지 마음으로 그들을 축복하고 응원할 뿐이었다. 우리가 3~40대를 살아갈 때 부모님의 심정이 그랬을 게다.

 

늙은 청춘인 우리 형제들은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주제는 형제모임 여행과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오빠와 동생은 올해 목표 중의 하나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이란다.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들의 성실한 삶의 태도에 경의를 표한다. 노년이 되어버린 나이가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걸을 수 있을 때 걷는 것이 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는 저물어 가고 있고, 다음 세대는 더욱더 치열하게 살아가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어떤 삶을 살아가든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도하며 보내는 2023년도 설 명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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