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만에 서울에 다녀왔다. 오빠의 두 번째 책 <그 길에서 만나는 나>의 출판기념예배에 참석하기 위한 서울행이었다. 피아노를 전공한 대학동문인 늙은(?) 이모가 피아노 반주를 해 주셨고, 고등학교 동창들의 특송과 아마추어무선 활동과 연결된 어느 목사님의 설교, 그리고 오빠가 참석하는 교회의 부목사님의 축도가 있었다.
참석자 모두 오빠 나이와 엇비슷한 사람들인 것 같아보였다. 아니면 조금 젊거나 조금 늙은 초로(?)의 신사들이 모여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평온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오빠를 비롯해서 모두 잘 늙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으로 보였고, 분위기에서 점잖은 격식이 느껴졌다.
물론 우리 형제들도 모두 참석했고, 함께 늙어가는 삼촌과 이모 가족들도 오셨다. 외가댁식구들은 우리의 어린 시절을 훤히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에 속한다. 고마우신 분들이다.
오빠의 처음 책은 <아마추어무선과 나>로 아마추어무선으로의 입문과정과 거기서 불태운 자신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아마추어무선의 현 상황을 기록해 놓았다. 아마추어무선이 기울어져가고 있는 취미생활이라고는 하지만 소수의 매니아에게는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책은 <그 길에서 만나는 나>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삶과 신앙고백, 하나님의 선한 뜻이 자신의 삶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염원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통한 삶의 실천을 보여주는 글이다.
우리 형제들은 60세가 넘으면서 책을 한권 이상씩 발간했다. 그렇다고 모두가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삶의 기록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의미를 기록한 책들이다. 어찌보면 자기 삶을 인정받고 싶고, 지난 삶의 흔적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고, 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책을 남기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60년 이상 살아온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것 그리고 드러내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용감한 형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이 자신을 타자화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기성찰의 글은 아닐찌라도, 적어도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려는 의지가 깃든 글이라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