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다. 점심에 밑반찬 만드느라고 오래 서 있었는데, 발목 부분이 땡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주춤했었다. 빨리 마치려고 서두르긴 했지만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설거지까지 마칠 때쯤에는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할 수 없이 의자를 밀고 와서 한참 앉아 있다가 양 크러치를 짚고 움직였다. 그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리라고 생각했으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오면서 발을 짚으려니 삐끗한 상태처럼, 찌릿 전기가 온 것 같은 강렬한 통증이 스쳤다. 무서워서 더 이상 발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겨우 발가락에 힘을 주고 몇 걸음 움직여 보았다. 발가락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조금 남아 있는 듯했다. 그 근육으로 조금씩 이동해 보려했으나 걸음을 옮길 때 뒤꿈치 부분의 발바닥을 디딜 수 없어서 정말 난감했다. 화장실에 가거나 밥을 차려 먹을 정도의 걸음도 못 걷게 되는 상황을 상상하니 겁이 덜컹 났다. 휠체어에 앉아서 움직일 순간이 순식간에 다가올 것 같아서 더욱 아마득해졌다. 그나마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 남아 있다면 그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멀리 있는 일이 아니구나.’ 몸의 근육이 이렇게 힘을 잃어가고 있으니 나이 탓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내가 고통당하는 원인은 근육이나 근막의 문제일 것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으며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종류의 증상이 점점 자주 발생할 터인데 어찌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리가 불편해도 보조기 신고 걸어 다닐 수 있었던 시간이 얼마나 감사한 것이었는지가 새삼스럽다. 가벼워서 지루한 일상이, 사소하고 간단한 움직임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감사함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상이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마음을 가다듬고 수용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마땅하다. 아마도 그러한 자세는 꾸준한 마음 훈련에서 나올 것이다. 미래에 닥칠 곤고한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통계적으로, 인체의 나이가 80이 되었다는 것은 몸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나이가 되었다는 의미란다. 주위의 선배들을 돌아볼 때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러니 일상을 어렵게 만드는 모든 고장남과 망가짐의 현상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75세까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지내야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그대로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스스로를 잘 부양해야 한다. 바로 셀프부양이다. 아직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어떤 어려움도 받아낼 수 있고 견뎌낼 수 있어야 하는 나이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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