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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점검(4) - 달라지는 사고

truehjh 2024. 7. 15. 11:42

자가점검(4) - 달라지는 사고

 

삶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하고 살아가야 하느냐의 질문은 이성이 싹트기 시작할 때부터 이어진 질문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질문하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나이에 따라 변해왔다. 즉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삶의 태도 또는 삶을 보는 시선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삶에 대한 근원적인 태도와 방향은 변할 수가 없겠지만 늙어갈수록 삶과 사물을 보는 시각이 변한다. 사고방식의 변화는 물론이거니와 판단하는 기준, 지향하는 가치마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동체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보다 나 개인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차원으로 분석할 주제는 아니고 노화의 현상 중 하나라고 여겨야 할 것 같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공동체 중심으로 살았다. 작게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와 친구라는 공동체였고, 크게는 아버지의 사명감과 결부된 교회공동체와 연결된 삶이었다. 아마도 개척교회의 맴버들이 모두 가족인 것처럼, 식구인 것처럼 살았던 것이 공동체 중심 사고의 근간을 이루는 배경일 것이다.

 

결혼이라는 형식으로 새로운 가족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미 형제자매로 엮어있는 가족공동체 안에서도 나 개인으로 존재하지 못했다. 가족의 이익이 나의 이익이었고, 가족의 명예가 나의 명예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사고방식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어떤 모임에 가든 공동체 중심적인 사고를 했기에 나는 보이지 않는 리더가 되어 있곤 했다. 그러한 역할이 나에게 맞는다는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욱 자연스러운 행동을 취하며 살았는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나의 장점이 되었고, 인간관계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으로 존재하는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너무 늦은 깨달음이기도 하다.

 

이 깨달음은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나를 좀 더 이기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의 삶을 대하는 시선은 멀리 두고, 자신을 보는 시선을 가깝게 두고, 하나님 앞에서 단독자로 존재하는 나를 우선으로 여겨야 한다. 물론 나 개인을 우선으로 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산다고 타인에 대한 걱정거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걱정거리가 많아지고 있다. 나의 걱정이 무익한 줄 알면서도 계속 걱정하는 마음이 생긴다. 걱정이 점점 늘어나 참견이나 오버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 같다. 그러나 타인을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어 보인다.

 

내가 걱정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이고,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잘 살아가고 있는 성숙한 사람들이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하는 그 걱정은 오히려 나에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불편함, 더 심하게 말하자면 불이익 때문일 수도 있다. 타인을 걱정하는 것은 나를 걱정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타인을 위한 걱정이 바로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며 표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내가 잘 살아가는 것이 더 그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나이임을 알아야 한다. 내 걱정이나 하고 살면 되는 나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제 늙었다. 나의 소심한 걱정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하여간에 크고 작은 공동체나 타인을 위한 걱정은 접어 두고, 나의 하루하루와 연결된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소중하고, 지금 당장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 나를 구경하는 사람이라든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이제 내가 관리할 수 있는 한계 밖의 사람들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나이에는 에너지가 딸려서 넓은 폭의 인간관계를 이어가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람과의 만남이 곧 세계와의 만남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