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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점검(5) - 달라지는 일상

truehjh 2024. 8. 14. 10:31

자가점검(5) - 달라지는 일상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낮잠을 자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잠을 자다가 깨다가가 반복되면서 잠을 깊이 자지 못하니까 오후 3시쯤이 되면 나른해지면서 잠이 솔솔 오는 느낌이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니 일상의 생활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사람들의 말을 되풀이해서 다시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직 TV 볼륨을 아주 크게 올려 놓치는 않고 있지만,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아 눈을 부릅뜨고 귀를 쫑곳하여 집중해야 한다. 그것으로도 부족한 것 같으니 청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현재 일상의 질이 달라지고 있으니 답답하다.

 

어떤 성취나 결과와는 관계없이 지난 세월을 돌아보자면, 나는 엄청나게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계획 아래서 달렸다. 고민과 갈등과 무의미 속에서 뭔가를 찾아내기 위해 여기 부딪히고 저기 부딪히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어떤 계획도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현재 상태와 비교해 보니 열심히 산 지난 삶의 여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나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던 점이고 잘 몰랐던 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게 된 사연이나 과거의 이력이 텅 빈 현재의 삶을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다.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지금이다.

 

습관이 달라지면 운명이 바뀐다는 말도 있지 아니한가. 미래를 준비하느라고 현재에 충실하지 못했던 습관, 미래의 시간 속에 침잠되어 살았던 습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언젠가 나타날 카이로스의 시간만을 기다리며 사는 것은 현재를 빼앗기는 삶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고 산다. 기다리는 것도 별로 없다. 미래보다 현재에 더 충실해야 하는 나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것이 달라진 내 삶의 태도다. 노년의 삶에서까지 미래를 살아갈 준비만 하면서 크로노스의 시간을 놓치며 사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닌 것 같아서다. 크게 벌려놓은 일이 없으니까 자그마한 일상의 루틴을 즐기는 것이 최선이다. 소소한 일에 집중하며 정성을 기울이다 보면 권태의 위험을 극복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에게 잘하기 위해서는 나를 위한 선택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전에는 타인에게 선택의 우선권을 주고, 웬만하면 타인이 원하는 쪽으로 나의 선택을 변경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모두의 필요가 나의 필요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만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남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것을 무척 어려워하는 이유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남에게 나를 위한 부탁을 잘하지 못 하는 이유는, 내가 나를 위해 잘하는 것에 서툴기 때문'이라는 심리학 이론에 동의하게 된다. 이제는 나의 필요를 위해 남에게 부탁하는 것을 너무 어려워하지 말아야겠다. 그것이 나에게 잘하고 사는 것이다.

 

나에게 잘하기를 우선으로 선택하겠다는 다짐이 조금 설익은 마음가짐이지만, 그리고 당장은 어렵겠지만 방향을 잡았으니, 미세한 움직임이라 할지라도 일상에서 실천으로 옮기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러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나를 기쁘게 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필수다. 그리고 그것들이 무엇인지 섬세하게 관찰하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패턴으로 바꾸어야 한다. 지금 맛있는 것이 먹고 싶으면 참지 말고 사 먹고, 재미있는 것이 생각나면 포기하지 말고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좀 더 긍정적으로, 희망적으로, 이기적으로, 나의 니즈를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열심히 산 나를 칭찬하고, 나를 격려하고, 나를 응원하면서 지금의 내 모습에 감사하며 살아가겠다는 다짐도 중요하다. 지난 삶의 여정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의 삶의 모습까지도 진정으로 감사하는 것이 나에게 잘하는 것이고 나를 위하는 것이다. 비록 지금의 모습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도 지금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으면 된다. 그래야 나의 일상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좀 더 행복한 일상이기를 원한다면, 과거에 했던 내 선택의 결과가 지금이고, 지금 일상에서 하는 나의 선택이 내일을 좌우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삶은 매 순간의 선택이다. 무엇인가를 선택하면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 다 가질 수는 없다. 그것이 삶이고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