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장애해방

(2) 장애여성이 가지고 있는 장애

truehjh 2005. 11. 1. 11:38
 

< 장애여성이 경험하는 사회적 통념(2) >



장애여성이 가지고 있는 장애


한 정 희(051018)


   여성이 가지고 있는 장애와 남성이 가지고 있는 장애는 여러 가지 면에서 그 실제적 의미의 차이와 다름이 있다. 물론 여자와 남자의 신체적인 조건이 다르고,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인 조건에 의해서 역할기대가 다르기 때문에 남,녀가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한 의미에 있어서 차이와 다름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차이가 차이로, 다름이 다름으로 존재할 때에만 그 당연함이 가능하다. 만약에 차이가 차별로 기능하며, 다름이 서열로 자리매김이 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재 우리 사회에 속해 있는 장애여성은 장애를 가진 남성이 경험하는 장애의 의미와는 다른 의미를 경험하고 있다. 이것은 장애여성에게는 장애라는 동일한 조건 속에서 성(性)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하여 불리하게 처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즉, 여성이라는 인간의 개인적 특성에 의해 가치가 평가되어 불리한 가치부여를 받게 되어서 차별이 발생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차별은 특정집단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장애라는 공통적인 특징 속에서 여성이라는 특징이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 때 장애여성에 대한 차별로 드러나고 있는 장애의 의미 차이를 살펴보려 한다.

예를 들어, 두 남녀가 결혼하여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였다고 하자. 

물론 세대간, 지역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은 가부장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남아선호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대를 이을 건강한 남아가 출생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왠지 뭔가 서운하다는 느낌을 표현하면서 다음에 남아를 기대한다는 위로의 말을 던진다. 더욱이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면 온통 수군거림의 바다 속에 빠진다. 장애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억측이 난무한다. 누구의 죄 때문인지 아니면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한 비난이 걱정이라는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더구나 장애를 가진 아이가 여자아이일 경우에는 버림을 받기가 일수다. 가문을 이어갈 남자도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적 위험 부담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임신 초기에 태아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판명이 날 경우에는 어떠한 결단을 해야 하는지를 망설이지 않을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아일 경우는 재심의 여지가 없다. 태아가 장애를 가진 여아임이 밝혀지는 그 순간부터 여성으로써의 성차별과 장애인으로써의 장애차별 등 수많은 차별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여성이라는 조건 자체가 장애이며, 정상성이 주도하는 사회에서는 비정상성이 장애인 것이다. 만약에 여아를 선호하는 풍토가 있는 사회라든지, 아니면 장애아를 양육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복지국가라든지, 그리고 장애인을 보살피면 내세에 가서 무지막지한 축복을 받는다는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 태어난다면 장애여아가 겪을 차별의 인식은 달라질 것이며 오히려 역차별의 사례가 발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장애란 사회적 제한임이 분명해 진다.


그 사회가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어 있는 사회라면 여아의 탄생으로 인해 오히려 기쁨이 배가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장애에 대한 사회적 해결이 가능한 경우 인간의 생명을 포기해야 할 만큼 그렇게 충격적일 것까지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생명마저 신의 축복으로 여길 수 있는 인식의 세계를 소유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성 당사자의 삶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좀더 당당해 지고, 좀더 자유로워지고, 좀더 인간답게 되고. 좀더 행복해 지고...  이렇게라도 장애여성이 행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