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장애해방

(4) 장애여성의 취학과 진학에 대한 통념

truehjh 2006. 1. 1. 18:28
 

장애여성의 취학과 진학에 대한 통념


한 정 희


2000년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인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장애여성은 전체 장애인의 38.6%를 차지하고 있으며, 장애여성의 69.4%가 무학 및 초등학교 학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애를 가진 남성의 43.1%, 전체인구의 20.6%와 여성의 30.6%와 비교해 볼 때 현저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장애여성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기초적 과정인 교육의 기회에 진입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려주는 것으로써, 장애를 가진 여성이라는 이유로 의무교육인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는 현실을 증명해 주는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우리 사회와 같이 가부장적인 환경에서는 여성이라는 요소가 장애를 가진 여아들의 취학과 진학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동 수단이 없고, 학교건물로의 물리적인 접근성이 떨어지므로 진학을 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장애를 가진 여성이라는 조건이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서 교육받을 권리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애여성을 장애여성이게 하는 여러 가지 환경 중에 교육환경의 장벽이야말로 가장 먼저 제거되어야 한다.


Wolfensberger(1998)는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가정하며, 이들이 삶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여긴다. 따라서 이를 지켜보는 비장애인들은 장애여성의 삶을 편안히 해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발전이나 학습을 요구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장애여성을 편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표면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변화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러한 인식과 통념 속에서 장애여아의 교육의 기회는 박탈되거나 또는 상실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장애여성을 집안에만 머물러 있게 하여서 숨겨진 인생의 길을 가도록 만드는 여러 가지 통념이 존재한다. 즉 취학과 진학에 관련하여 장애여성은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있다. 장애를 가진 여아는 공부를 시켜도 쓸모가 없기 때문에 진학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장애가 심한 딸한테 머리가 있으면 고통만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학교에 보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 하고, ‘써먹지도 못할 것’이라고 하면서 학교를 안 보내거나, ‘몸이 저런데 머리를 키워서 어떡하겠나?’ 라면서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또한 ‘장애여성은 아는 것이 많으면 하고 싶은 것이 많을까봐 배워주면 안 된다’며 학교에 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하며, ‘공부하러 다니는 것도 힘드니까 그냥 집에만 가만히 있으라’ 거나, ‘쓸데도 없는 공부를 더 시켜서 뭐하냐’ 라고 하며 진학을 못하게 한다. 이처럼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거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투자의 양이 적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장애여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가르쳐야 한다는 통념도 존재한다.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장애여성에게는 더 많은 교육을 시켜야한다는 부모들의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남들보다 더 가르쳐야 한다는 인식을 통해 교육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는 통념을 볼 수 있다.


‘끝까지 가르쳐야 된다’, ‘남들보다 더 많이 배워줘야 혼자 벌어먹고 살 수 있다’ 등의 인식은 장애에 대한 보상으로 공부를 남보다 더 많이 시켜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경제력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혼자 벌어먹고 살아야 한다는 인식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장애여성 혼자 살아야 한다는 전제가 들어 있으며, 장애여성의 결혼과 직업선택에 관한 차별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즉 장애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강화되어 또 다른 통념이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장애여아가 취학이나 진학하는 시기에 교육의 기회에서 배제되어 있거나, 가중되어 있다는 것은 인권으로써의 자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표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장애여성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장애여성은 교육 받을 권리가 있으며, 사회는 장애여성을 교육 시켜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교육에서 배제되면 전 생애에 걸친 악순환을 초래하게 되기 때문에 장애여성의 교육권은 보장되어야 하며, 교육기회를 박탈당하거나 상실한 나이 많은 성인 장애여성에게도 기본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