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장애해방

(3) 장애여성이 당면하는 장애에 대한 사회인식

truehjh 2006. 1. 1. 18:26
 

장애여성이 당면하는 장애에 대한 사회인식


한 정 희


‘쯔쯔쯔, 예쁘게 생기긴 했는데... 어쩌다 몸이 그렇게 되었니... 쯔쯔쯔’ 어린시절에 아마도 이런 말을 한번쯤 들어 보지 않은 장애여성은 없을 것이다. 장애를 가진 여자 아이가 특별하게 예뻐서라기보다는,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가를 생각해 보면 당연한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들 이야기 한다. 그 말의 뜻이 장애를 가진 몸이기 때문에 아름다움이 더하다는 의미가 아니고 오히려 상쇄된다는 의미임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한다.


이렇듯 장애를 가지고 있는 어린아이는 자신을 향하여 혀를 차는 소리인 ‘쯔쯔쯔... ’로 시작하거나, ‘쯔쯔쯔... ’로 끝내는 말들 속에 함축되어 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다 파악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렇게 던져진 말이나 시선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미래의 삶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한다. 단지 불쌍하다거나 가엽다는 것을 표현하는 정도로 알아듣는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뭔가 꺼림직 하고 산뜻하지 못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가 되면 이러한 동정의 시선 속에 자신과 자신의 부모에 대한 비난이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장애인 당사자에게 장애의 원인과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며 비난하는 사회의 인식에 부딪치게 되면서 경험하여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의 인식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어서 그냥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가게 된다. 자신을 보호하고 변명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부터 즉 자신을 방어할 여력도 없는 상황에서 낙인 되어 버렸기 때문에 달리 생각해 볼 겨를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장애의 문제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개인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느끼게 하는 부정적인 통념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그것들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통념으로써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말이나 생각, 시선을 통해 잘 들여다 볼 수 있다. 즉 장애아를 낳았거나 자녀에게 장애가 발생된 것을 확인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장애의 원인을 ‘운이 없어서’, ‘더러워서’, ‘네 팔자인 걸’, ‘종교를 안 믿어서’, ‘귀신에 사로잡혀서’, ‘천벌을 받아서’ 등으로 표현한다. 장애를 가지게 된 것은 개인의 열등함, 팔자이거나 운명 또는 신의 뜻으로 돌리며 개인의 비극을 강조하면서 장애의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장애가 개인에게 발생한 비극적인 결과이거나 개인의 열등요인이라는 인식인데, 이러한 인식의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이론이 바로 개인적 비극이론(personal tragedy theory of disability)이라고 Oliver(1996)는 설명한다.


또한 ‘전생에 죄가 많아서’, ‘저 집 부모가 무슨 죄가 많아서’, ‘집안의 덕이 모자라서’ 등 장애가 부모 또는 조상의 죄 때문이라고 여기거나, 가문의 수치 또는 집안의 덕이 모자라는 탓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전생에 지은 누군가의 죄로 인해 현생에 와서 장애를 가진 자녀를 가지게 되었다거나 덕을 쌓지 못해서 장애아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장애를 죄의 결과로 또는 일종의 업보로 인식하게 된다. 이로 인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들이 많이 있다. 장애아의 부모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경제적인 면이라기보다 사회의 인식이며, 그러한 인식으로 인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은 남녀를 불문하고 장애를 가지고 성장하는 누구나가 다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특히 장애여성의 경우는 더욱 절실하다. 왜냐하면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차별적이기 때문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성에게 더욱 가중되어 있어서 장애여성 개인이 짊어져야만 하는 차별의 범위가 더 넓고 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장애여성 당사자나 부모는 그들의 의식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주변의 시선 즉 사회적 통념이 주관하고 있는 인식의 세계로부터의 차별을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일까?


장애의 원인이 무엇이며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우리 사회의 통념과 별개의 문제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늘 괴리되는 의식 속에서 번민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인식 속에 들어 있는 장애에 대한 의식을 변화시켜야만 하는데 이러한 변화는 제도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산업화이전에는 장애인들이 사회의 전 영역에 고루 퍼져 각자 가능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이 발전되면서 인간의 가치를 노동생산성으로 판단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반응이 점점 부정적으로 고착되어 왔으며 이로 인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사회의 구조적 차별로 이어져 온다고 주장하는 사회억압이론(social oppression theory)이 있다. 즉 장애에 대한 책임은 사회의 실패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론을 들먹이며 장애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 전에 장애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다함께 인식하여야 한다. 그리고 장애에 대한 책임은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서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야만 하는 사회적 책임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