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장애해방

(5) 장애여성의 직업 및 전공 선택에 관련된 통념

truehjh 2006. 3. 6. 11:03
 

장애여성의 직업 및 전공 선택에 관련된 통념


한 정 희


사회통합이란 한 개인이 가치 있는 방법에 의해 지역사회 안에서 인격적인 개인(personal)으로서 성공적으로 참여(participation)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개인이라고 하는 것은 가치가 저하된 사람들의 집단이 아닌 개인 그 자체의 관점에서 보아야하며, 참여는 단지 해당 장소에 몸이 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방식으로의 개인적인 참여를 의미한다. 따라서 광의의 개념으로의 사회참여는 취업활동, 지역사회조직 및 단체활동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장애여성의 사회통합은 장애여성이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독립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비장애인과 더불어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적절한 사회 관계망을 유지하고 사회 심리적으로 삶의 만족을 느끼며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사실 최근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관련된 시대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여성의 사회참여활동에 대한 인식의 부족과 긍정적 가치평가가 미흡한 상황이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에서 장애여성의 사회참여는 그 기회조차 극히 제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장애여성의 사회참여를 막는 요인들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장애여성의 사회참여를 통한 사회통합의 기회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교육기회에 대한 참여뿐 아니라 직업적 사회참여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업적 참여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경제적 측면이 강하게 부각되지만 아울러 직업을 통한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는 사회적 차원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인간은 노동을 통하여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그 안에서 사회적 ․ 정치적 집단을 형성하고 공동체 성원으로써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처럼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독립적인 인격체로서의 사회참여가 가능하게 되는데 아직 사회는 장애여성의 노동에 관하여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장애여성도 노동하는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이나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조차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가정에서의 재생산노동까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장애여성이 인간의 기본권인 노동권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고용과 소득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성과 여성의 범주를 통틀어 장애여성은 가장 낮은 지위에 있으며 소득보장정책에서도 고용과 소득에서 지위를 그대로 연계시키는 정책의 특징으로 인해 사회보험의 혜택을 남성보다 적게 보며 주로 공공부조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노동에 대한 접근권이 차단되거나 심각하게 차별받는다는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총체적인 삶의 질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자아를 실현할 기회가 차단되며, 사회참여의 제약을 가져오고 결국 사회에 기생하는 소외계층으로 전락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직업을 통한 장애여성의 사회참여를 저해하는 요인들 중에 사회의 인식에 관해서 살펴보면 먼저 장애여성의 직업선택에 관한 여러 가지 통념을 들 수 있다. ‘장애가 있어서 시집도 못 갈테니... 어떡하든지 기술을 배워서 먹고 살 궁리를 해야 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야 한다’, ‘양재나 미용 같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 며 취직이나 결혼을 염두에 둔 선택이 아니고 혼자 살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장애여성의 직업에 관한 일반적인 통념에는 직업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생계유지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보람과 가치를 회복시키며 자아실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배려하지 않고 있다.


다음은 장애여성이 전공을 선택할 시기에 나타나는 전공선택에 관한 여러 가지 통념이다.

‘그건 바로 다른 사람과 섞이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 이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인해 움직임이 적으면서 사회적 인정도 있고 경제적인 안정성도 갖춘 약사나 한의사가 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도록 강요된다. 특히 ‘이과를 가서 무조건 약대를 가야한다’ 라는 인식으로 장애여성이 대학입학 시 전공을 선택할 때 약학대학에 가도록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경우는 ‘손으로 할 수 있는’, ‘몸으로 하는 일 말고 글이나 써야지’ 라며 혼자서 할 수 있거나 활동이 많지 않은 과를 전공으로 선택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로 인해 피아노 전공 혹은 국문학 전공을 권유받는다.


이와 같이 특정한 기술이나 특정 전문직에 대한 통념은 장애여성의 미래에 대한 보장과 관련이 있다. 특히 활동이 적은 일을 해야 하며, ‘평생 혼자의 힘으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부모의 의식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에는 장애여성은 독신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전제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장애여성도 우리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처럼 공부하고 일하며 여러 가지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장애여성은 가정 내에서만 존재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회참여를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독립된 인간으로 존재해야 한다. 그러므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경제적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경제적 참여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 등의 인간관계를 통하여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노동을 통한 사회적 참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