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장애해방

(7) 장애여성의 결혼과 관련된 통념

truehjh 2006. 3. 6. 11:07
 

장애여성의 결혼과 관련된 통념


한 정 희


한국 사회의 결혼제도는 ‘사랑에 기반한, 일부일처제적인, 지속적인, 출산과 양육행위를 하는, 가족구성원을 부양하는 가장과 그들을 보살피는 아내’를 인정하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의 결혼은 아내와 어머니라는 정체성을 구성하면서 성적 경험을 하는 안정된 경계이자, 가사라는 노동을 수행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 안에서의 결혼은 장애여성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을 초래한다.


채은하(1996, 실태조사를 통해 본 한국사회 여성장애인의 가정 내 차별양상)는 장애여성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임신을 못하거나 장애아동을 낳을 것이라는 편견으로 인해 결혼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장애여성에게 적용되는 몸의 조건과 기준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장애여성에 대하여는 결혼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거나, 장애여성은 결혼이 가능하지 않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당연히 장애 가진 여잔 결혼 못하는 걸로 알고 있더라구...’, ‘우리 엄마는 나 같은 장애인이야 오죽하랴 해서 내가 결혼에 대한 말만 해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 ‘다른 여자애들 같으면 남편 잘 만나서... 시집 잘 가면 잘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크지만 난 그런 말 들어본 적이 없어요.(웃음) 당연히 시집 못 가는 걸로 생각하고...’, ‘우리 부모의 통념에 의하면 장애를 가진 딸을 시집보낸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거지...’ 등 등의 표현은 장애여성의 결혼에 대한 전형적인 사회적 통념을 나타내고 있다.


즉 장애여성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은 여성 일반에게 요구되는 통념이 장애여성에게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미리 낙인을 찍어 규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장애여성은 장애라는 몸의 조건으로 인해 여성이라기보다는 장애인으로만 여기는 측면이 강조되어 있다. 이것은 장애여성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측면들을 모두 무화시키고 오로지 장애라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환원시키는 것일 뿐이다. 이로 인해 장애여성은 자신의 다양한 역할과 가능성을 무시당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을 한다 하더라도 장애를 가진 몸은 무엇인가로 보상되어야 한다. ‘장애여성인데 시집보낼 때 남자에게 친정에서 재산 한 귀퉁이를 띠어서 주고 결혼시켰거든요. 장애 가진 딸은 돈을 싸들고 보내야 하는 것으로...’, ‘장애여성이 결혼을 한 경우에 사람들은 아마 친정이 부자인갑다...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즉 장애여성의 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야 시집을 보낼 수 있다거나 혹은 별도로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장애여성은 장애를 가진 남성과 결혼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한다. ‘같은 장애인끼리 살면 같은 장애인끼리니까 서로 불쌍히 여기면서 살면 되겠지... 쯧쯧... 그렇게 보더라구요...’, ‘똑똑한 머리로 재산관리나 잘해 주고 살면 되지 뭘 더 바라는거냐고 하면서 어이없어 하는 말을 듣고... ’. 그러나 장애를 가진 여성과 장애를 가진 남성이 결혼을 할 경우에는 ‘정상적’인 가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결손가정’으로 불리므로써 또 다른 차별과 낙인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장애여성이 비장애남성과 결혼한 경우 비장애인 배우자에 대한 통념이 있는데 ‘장애여성의 상대가 비장애인일 경우 어떤 사람이 되었던... 장애여성하고 결혼했다는 그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그 남자는 무조건 좋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비장애인인 배우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가 들어 있다. 즉 착한 남편과 도움을 받는 장애여성의 관계로 취급된다. 이러한 경우 남성은 가족생활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장애여성을 착취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러나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인식 하에서 이러한 태도가 묵인되거나 양산되고 있는 것은 사회적 통념에 의존해 정당성까지 부여받고 자신을 부양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장애여성의 결혼에 대한 통념을 통해 장애여성은 남성의 성적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어서 결혼하기 힘들게 되거나, 아니면 상대적으로 보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남편과의 관계는 성적인 요소에 의한 결합이 아닌 남성의 동정심이나 희생정신으로 이루어진다고 여기거나, 장애여성의 경제력 등 성적 요소가 아닌 다른 요소들에 의한 결합으로 취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