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생일일기(1970~ ) 61

_ 마흔두 번째 생일

1997.03.29 만물이 움트고 소생하는 3월 내내 감기환자와 씨름하느라 매일 4~5시간 동안 앉아 볼 틈도 없이 서 있었다. 너무 힘들어 허리가 꺾이는 것 같은 통증을 견디며 버텼다. 식사할 시간이 없어 저녁을 굶으며 150명 조제를 하다보면 사람마다에게서 나는 제각기 다른 냄새 또한 견딜 수 없게 된다. 병든 인간에게서 나는 수많은 악취부터 진한 화장을 한 사람에게서 나는 독한 향수냄새까지 그리고 나에게서 나는 냄새까지 다 느끼면서도 이 역겨운 냄새로부터 탈출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먹지 못해 허기짐에서 오는 욕구불만 또한 대단한 것인데 이 모든 것들을 다 참아낼 수 있게 한 것은 오로지 책임감이라는 것이었다. 단지 약국을 개업하고 있는 약사로써의 책임감일 뿐이다. 이러한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

_ 서른일곱 번째 생일

1992.03.15 주님. 서른여덟 번째 주님께 드리는 기도시간입니다. 그를 위한, 오로지 그의 생명을 위한 기도를 드리고 싶었지만 저의 마음은 여러 가지 불순한 생각들과 허망한 욕심들에 사로잡혀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러나 주님. 그의 생명을 지켜주시고, 건강하게, 하나님 사랑하시는 사람으로 삼아 달라는 간절한 기도임을 주님은 아시지요. 주님, 그를 살려주시고, 건강하게 해 주시고, 큰 사람으로 세워주십시오. 이 죄인의 앞길을 인도하여 주십시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_ 서른다섯 번째 생일

1990.03.14 내가 미국을 가겠다고 하는 그 사실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왜 그것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으로의 도전. 어떤 창조적인 것으로의 호기심. 겁 없이 뛰어드는 불나비처럼 또 뛰어 들려고 하는 나. 하나님. 제발 저의 행동을 주관하여 주십시오. 당신의 계획을 실현하여 주십시오. 올 한해는 기다리는 삶... 그것입니다. 하나님. 멀고도 험한 이 여정동안 과연 난 견디어 낼 수 있을지 두렵고 무서울 뿐입니다. 감옥 속의 요셉이 두 관원에게 꿈을 해석해 준 때의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에게 주신 하나님의 지혜를 헤아릴 수 있었지만 언제 어떤 일로 빛을 보고 당신을 찬양할 수 있을지 암흑이었을 그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은 심정입니다. 나..

_ 서른네 번째 생일

1989.03.15 상대방의 감정을 살펴보는 것이 그 사람을 아끼는 것일까. 감정을 상하지 않게... 자신 있게 내리는 결론이 하나도 없다. 나는 그냥 살고 있으며 그냥 숨을 쉬고 공전하는 사색의 윤회 속에서 스스로를 태우며 불완전 연소되는 자신을 고통스럽게 바라보며 고통스럽게 자기를 태우며 그리고 최후로 부를 이름을 애써 지우며 애써 지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