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생일일기

e[바람소리] 서른다섯 살의 그녀에게

truehjh 2013. 5. 9. 18:12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던 그녀에게...


먼 이국 땅 뉴욕의 카네기홀 광장에서

허탈한 모습으로 두리번거리며 서 있는 그대를 보았을 때

나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무슨 위로의 말이라도 만들어서 전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러나 말을 걸 용기가 없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글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라도

그대에게 전해주고 싶은 내 마음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꿈으로부터 거절당한 그대..

모든 희망으로부터 거부당한 그대..

그 막막한 현실에서 어디로 향해 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고 서 있는 그대...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그대의 꿈과 희망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번데기 냄비에서 호랑나비가 날아 나오는 것을 꿈꾸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고... 이미 그대는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상은 단지 이상일 뿐이라고..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는 길이라고..

아마도 그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만큼... 끝까지... 방황해 보라고...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으로 간절히 빌었습니다.

그대가 선택해야 했던 끝없는 절제와 경건의 삶은 남 보기 좋은 그림일 뿐...

자신의 욕망을 가두어 둔 견고한 성일뿐...

쉬고 싶은 만큼 쉬고... 끊어버려야 할 인연들은 끊고... 잊어버려야 할 것들은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부드럽고 따듯한 자신의 모습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절실한 눈빛으로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그대에겐,

거절당한 것처럼 거부할 수 없었던 그대에겐,

나의 요구가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더 이상 외부를 향해 손짓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서서 그대 영혼의 외침에 귀 기울이십시오.

............................... !


안타까운 그대...

멋 훗날 그대가 이 뉴욕의 거리를 떠올릴 때면

그냥 빙긋이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Fact&Fiction > 생일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_ 서른일곱 번째 생일  (0) 2013.05.11
_ 서른여섯 번째 생일  (0) 2013.05.10
_ 서른다섯 번째 생일  (0) 2013.05.08
_ 서른네 번째 생일  (0) 2013.05.07
_ 서른세 번째 생일  (0) 201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