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119

영화 - 두 교황

영화 은 자진 사임으로 바티칸을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감독했다. 독일의 추기경이었고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 종교인 베네딕트16세 역의 안소니 홉킨스와 개혁주의자이며 아르헨티나 추기경으로 첫 남미대륙 출신의 현 교황 프란치스코 역의 조나단 프라이스가 이끌어가는 품격있는 대화로 인해 두 시간 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신의 목소리를 기다리는 한 사람의 인생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베르고글리오는 세상의 시선을 다양하게 수용하며,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교회가 가진 권력을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으로 표현되었다. 교황이 된다는 것은 순교자가 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차분함 속에서 타협과 변화의..

영화 - 밤에 우리의 영혼은

밤에 우리 영혼은(Our Souls at Night) 남을 신경 쓰며 살아야 했던 시간을 지나와서,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돌보며 살기로 하는 70대 두 주인공의 우정과 애정을 다룬 영화 은 나이듦에 대한 아름다운 서사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다 주연으로, 먼 나라의 선남선녀 이야기 같은 스토리가 현실과는 거리감이 느껴지고, 거기다가 생소한 시작점은 우리의 정서로는 받아들이기가 조금 어려웠지만, 나이 든 두 배우가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설렐 정도였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는 늙은 노인의 뒷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지독한 외로움으로 질식할 것 같은 고독의 순간이다. 곧이어, 또 다른 외로운 노인이 찾아와 같이 잠을 자 줄 수 있느냐고 머뭇거..

영화 - 자기 앞의 생

에도아르도 폰티가 감독한 영화 은 에밀 아자르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주인공 모모라는 소년의 성장이야기다. 소피아 로렌이 마담 로사 역으로, 이브라히마 게예가 모모 역으로 열연했다.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가 살아 돌아온 유태인, 버림받은 창녀의 자식들, 인종적으로 차별받는 아랍인, 아프리카인 등 이 세상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불행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독과 사랑을 어린 소년 모모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세상의 중심으로부터 이탈하여 소진되어가는 삶에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이지만 이 소외된 사람들은 모두 모모라는 소년을 일깨우는 스승들이다. 이들을 통해 모모는 삶을 당당하게 마주하며 그 안의 상처까지 보듬을 수 있는 법을 배워나간다. 후반부의 장면이 인상 깊었다. 로자 아줌마가 ..

도서 - 달 너머로 달리는 말 / 김훈

달 너머로 달리는 말 / 김훈 - 문명과 야만의 뒤엉킴에 저항하는 생명의 힘! - 말(言)에 홀려서 땅에 내려앉지 못하고 허공을 떠돌며 바람에 밀려다니는 마음들을 목왕은 크게 걱정했다. 초의 선왕들은 기록된 서물(書物)로 세상을 배우지 못하도록 엄히 단속했다. 칼이나 활을 쓰는 법, 낙타를 모는 방법을 문자로 기록해 놓으면, 어리석은 자들이 곳간에 고기가 쟁여 있는 줄 알고 더 이상 익히려 하지 않아서, 몸은 나른해지고 마음은 헛것에 들떠, 건더기가 빠져나간 세상은 휑하니 비게 되고 그 위에 말의 껍데기가 쌓여 가랑잎처럼 불려가니, 인간의 총기는 시들고 세상은 다리 힘이 빠져서 주저앉는 것이라고 목왕은 말했다. 에 이와 비슷한 언설이 거듭되고 있으므로, 가르침이 후세의 왕들에게 이어져왔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