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115

영화 - 북클럽 : 넥스트챕터

북클럽 : 넥스트챕터 70대가 넘은 여인들의 우정과 사랑과 삶을 그린 로멘틱 코메디(2023년)로, 네 명의 친구가 함께 여행하면서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모험담을 소개한 영화다.  책(book)이라는 단어만 보면 무조건 궁금증이 생기는 성향 덕분에 감상했다. 동감하는 부분도 있고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유쾌한 스토리여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기회가 되면 북클럽(2019년)도 찾아보아야겠다. 다이앤 키튼, 제인 폰다, 캔디스 버겐, 메리 스틴버겐이 출연했다.  그들의 대화 중에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책 이름이 나온다.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미국에서 3~40대 여성들에게 엄청나게 인기가 많았던 책이란다. 이미 영화로 나와 있는 이야기도 있다고 해서, 내친김에 영화 심연>과 해방> 두 편을 찾..

도서 -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괴테와 마주앉는 시간) / 전영애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괴테와 마주앉는 시간) / 전영애 의 표지를 열면 내 이름 밑에 작가의 서명이 있다. 정원을 소개하는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여백서원을 만난 적이 있는데, 괴테연구가인 전영애 작가의 삶과 정원이 참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었다. 내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던 친구가 여주에 있는 여백서원을 다녀오면서 구입해서 보내준 책이다. 글을 통해 궁금증은 조금 풀렸다. 그리고 경이로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 구석구석에 살고 있다는 사실로 안심했다. 세상에는 참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P11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 - 괴테 - P22 열쇠구멍을 통하여 스며들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근심입니다. P25 어떤 원인으로든, 현재 상태의 자신의 주인은 자기입..

도서 - 세월 / 아니 에르노

세월 / 아니 에르노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과장 없이 그대로 기록하는 작가라고 한다. 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나이 든 현재까지 60여년 동안의 기억을 나열하는 형식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1941년부터 2006년까지의 프랑스 사회의 시대상과 사건을 기록한 개인의 역사이며 그 시대를 함께 살아온 집단의 역사이기도 하다. 아니 에르노의 을 처음 접했을 때는 너무 낯설었다. 열다섯 장쯤 넘겼는데도 줄거리를 찾지 못해서 결국은 읽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2년이 더 지난 후 다시 책을 꺼내 들었다. 처음 느꼈던 편견을 간직한 채, 또다시 첫 장부터 읽어 내려갔다. 2022년도 노벨문학상까지 탔다고 하는데, 나는 왜 그녀의 글이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거리를 두고 찬찬히 읽으니 조금씩 읽혀지..

도서 - 하얼빈 / 김훈

하얼빈 / 김훈 마음이 잡히지 않는 시간이 지속될 때면 남의 글을 읽곤 한다. 하얼빈도 그렇다. 동생이 읽고 가져다준 책인데, 두세 달 정도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내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빈둥거리고 지내고 있다가, 요 며칠 전에 손이 가서 첫 장을 열어보았다. 익히 들어 아는 내용이지만 장편소설로 읽으니 저자의 글맛이 느껴져 쭈욱 읽어내려갔다.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보려는 것은 작가가 오래도록 준비한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단다. 작가는 안중근 사건의 신문과 공판 기록들뿐만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의 생애와 족적을 찾아, 그것을 바탕으로 결국은 소설을 썼다. 바로 하얼빈이다.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

도서 - 진보적 노인 / 이필재

진보적 노인 / 이필재 지음 머리에 머무는 건 단지 지식일 뿐이고 공감을 할 때 비로소 가슴으로 알게 되죠. 그런데 스스로 움직여 행동으로 옮기는, 딱 그만큼이 바로 나입니다. p124 어쨌거나 감사는 매직이고, 겸손은 무적이다. p126 덜 먹고살겠다고 마음먹으면 사실 두려울 게 없다. p148 진보란 약자 편에 서는 것 p212 기독교 신자로서 나의 자부심은 내가 믿는 예수가 지상에서 약자 편에 섰다는 것이다. p217 진보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약자를 보호하는 건 우리 사회의 쇠락을 막는 길이다. p218 전쟁과 분단 체제라는 질곡에 빠져 대한민국은 북한과 미국에 대한 입장이 진보, 보수를 가르는 기준이 됐지만, 보수주의의 고얗인 유럽에서 보수, 진보를 가르는 건 경제나 복지 문제이다. 안보를 지키고..

영화 - 두 교황

영화 은 자진 사임으로 바티칸을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감독했다. 독일의 추기경이었고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 종교인 베네딕트16세 역의 안소니 홉킨스와 개혁주의자이며 아르헨티나 추기경으로 첫 남미대륙 출신의 현 교황 프란치스코 역의 조나단 프라이스가 이끌어가는 품격있는 대화로 인해 두 시간 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신의 목소리를 기다리는 한 사람의 인생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베르고글리오는 세상의 시선을 다양하게 수용하며,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교회가 가진 권력을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으로 표현되었다. 교황이 된다는 것은 순교자가 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차분함 속에서 타협과 변화의..

영화 - 밤에 우리의 영혼은

밤에 우리 영혼은(Our Souls at Night) 남을 신경 쓰며 살아야 했던 시간을 지나와서,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돌보며 살기로 하는 70대 두 주인공의 우정과 애정을 다룬 영화 은 나이듦에 대한 아름다운 서사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다 주연으로, 먼 나라의 선남선녀 이야기 같은 스토리가 현실과는 거리감이 느껴지고, 거기다가 생소한 시작점은 우리의 정서로는 받아들이기가 조금 어려웠지만, 나이 든 두 배우가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설렐 정도였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는 늙은 노인의 뒷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지독한 외로움으로 질식할 것 같은 고독의 순간이다. 곧이어, 또 다른 외로운 노인이 찾아와 같이 잠을 자 줄 수 있느냐고 머뭇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