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생일일기

e[바람소리] 스물다섯 살의 그녀에게

truehjh 2013. 3. 19. 18:06


스물다섯 살, 아침 햇살 같았던 그대에게

 

고요한 저녁, 신비한 빛으로 물들어 있는 하늘을 보며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아침 햇살 같았던 그대... 약국 유리창 안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던 그대... 거절당한 꿈은 딛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엿보던 그대... 그대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던 순간의 모습입니다.

 

순수를 꿈꿔야 할 열아홉 살 나이에 꿈꾸는 것을 포기하는 법부터 체득하고만 그대... 장애로 인해 거절된 꿈을 끌어안고 눈물도 흘리지 못하고 숨죽이던 그대... 모든 것을 원점으로 환원시켜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좌절했던 그대... 그대의 슬픈 눈망울이 잊히지 않습니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취업의 문 앞에서도 장애는 또 걸림돌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대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선택의 여지없이 그대는 어린 나이에 약국 주인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야채장수, 생선장수들이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단속반의 제재를 피하여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가 다시 약국 앞에서 진을 치는 사람들에게 드링크제를 건네던 그대의 손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약국 앞 시장 사거리는 적나라한 삶의 현장이었고, 격렬한 삶의 투쟁 장소였습니다. 그대는 천층만층, 백인백색의 시장 통 사람들 틈에서 겁도 났겠지만, 알고 보면 세상에는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거기에서 배웠을 것입니다. 갖가지 물건을 사는 사람들과 파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어우러지는 곳이면서도 보통사람들의 따스한 생활공간이기도 했으니까요.

 

작은 시계의 초침 소리를 통해 고독을 배워야만 했던 그 방황의 시절을 건너온 그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차마 떨어지지도 못한 눈물들을 거두십시오. 그대의 미소 뒤에 숨겨져 있는 눈물을 보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대가 경험한 생의 좌절과 방황으로 나머지 생의 삶을 헤아려보기에는 그대의 삶의 경륜이 너무 짧습니다. 그대에게 주어졌던 운명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십시오.

 

한 번의 거절에 주저앉지 말고 다시 꿈을 꾸십시오. 아직 그대는 모든 것을 꿈꿀 수 있는 나이입니다. 장애로 인해 받았던 거절의 경험에서 헤어 나와, 숨지 말고, 뒷걸음질하지 말고, 용트림 치는 열정의 세계로 용감하게 걸어 들어가십시오. 그대 마음과 정신의 갈망이 채워질 것입니다. 거침없이 자유로운 영혼을 사랑하십시오. 그대 자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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