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09.15 : 갈등
너무 지겹다.
나는 오늘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4개월이 넘도록 미국이라는 곳에 혼자 서서 마음고생하고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깊게 생각해 본적은 없엇다.
그러나 오늘은 지금의 마음 고생과 경제의 낭비가 너무 무의미하다는 생각때문에 고통스럽다.
이곳에서의 삶이 정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냥 재미삼아 시도해 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 기죽고 주눅들어 고생하는 것이 너무 지루해졌다.
눈감고, 귀막고, 입다물고 1월까지 살아보려는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까 봐 두렵다.
지금 집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너무 비싼 값을 지불하고 꾼 꿈에 불과해지겠지.
1991.09.18 : 바람과 강물과 하늘
바람처럼 자유롭게!
강물처럼 성실하게!
하늘처럼 순수하게!
바람처럼 허허롭게!
강물처럼 유유하게!
하늘처럼 맑게!
1991.10.29 : 숨 쉴 수 있는 여유
시험이 60일 정도 남았다.
이곳에서 생활을 시작한지도 6개월이 지났다.
시험 공부와 인턴쉽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다.
그나마 좋은 곳에서 여유를 맛보게 하려는 친지들 덕분에 숨을 쉴 틈이 있어 살 수 있는 것 같다.
지약사님 가족과 함께 보트쇼가 열리는 롱비치에 갔다.
호화로운 보트들의 떼 속에서 유리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에도 놀랐고,
반면에 그것들을 보고 매력있어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우정의 종'이 서 있는 잔잔한 언덕에 올라가 해지는 관경에 취해 보았다.
모두 신비한 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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