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를 맞이한다는 것
언제나 젊음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더구나 나이 들어가면서 몸이 노쇠하여지고 있음을 느낄 때는 더더욱 간절해지는 감정이 아닐까. 몸의 노쇠뿐 만은 아니리라. 젊고 매력 있는 이성의 눈길에서 멀어져 간다고 느껴졌을 때 젊음이 그리워지면서 세월의 흐름이 안타까워지는 것이며, 무엇엔가 열정적으로 몰두할 수 없어질 때 노화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허망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리라. 그리고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 벌써 갱년기가 찾아왔다고 핑계를 대며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하는 것이리라.
물론 갱년기가 여자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은 아니라고 하니 억울할 것도 없지만 남자의 갱년기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여자는 완경을 통해 몸의 완연한 변화를 자각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치열하게 갱년기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몸에 나타나는 증상들이 표면화되면 숨길 수 없는 상황이므로 몸과 마음의 변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하여간에 내가 맞이하고 있는 갱년기는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벌려 놓은 일들을 성숙시키고 조합해야 하는 시기라고 여겨지지만, 순순히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갱년기나 갱년기장애에 관하여 여러 전문가들이 제시한 자료를 참고하면 ‘갱년기란 성 성숙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40~55살쯤 되는 시기를 말한다. 여성의 경우, 생식 기능이 없어지고 월경이 끊어지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갱년기장애는 갱년기에 발생하는 장애를 말하며 남녀 모두에게 존재한다. 그러나 남성에게는 눈에 띄는 변화나 장애가 거의 없는 데 반해, 여성은 배란이나 월경이 정지되며 대개는 자율신경계가 실조 되는 등의 뚜렷한 장애가 발생한다. 갱년기장애는 육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자녀의 성장이라든가 가정환경의 변화 등에서 오는 소외감 등 심리적 배경이 유인이 되는 수도 적지 않다. 갱년기장애 중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자율신경실조증인 혈관운동신경 장애(vasomotor symptom)이다. 이것은 갱년기에 난소호르몬의 감퇴로 인해 자율신경작용이 실조를 일으켜서 생긴다. 혈관운동신경 장애의 증상은 안면이 홍조가 되고 머리로 피가 몰리며, 심박급속증이 일어나고, 발작적으로 땀이 흐르는 반면 손발이나 허리가 매우 차갑다. 이것들은 갱년기장애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정신신경 증상으로는 조바심, 우울, 불안, 기억력이나 판단력의 감퇴, 두통, 이명, 불면, 손발이 저리거나 의주감, 가려움 등의 지각이상이 나타난다. 성기 증상으로는 월경이상, 부정성기출혈, 위축 등이 있다. 이들 장애는 갱년기 여성의 평균 25%에서 볼 수 있는데, 가벼운 생리증상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75%에 달한다. 그 밖에도 지질대사의 장애인 고지혈증이나 골대사의 장애인 골다공증이 일어나기 쉬운데 이것은 눈에 띄지 않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전에 내가 약국을 개업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중년의 여성들이 약국에 들러 상담하고 가면서 하던 말들이 기억난다. 갱년기에 나타나는 익숙하지 않은 여러 감정과 몸의 변화에 대하여 힘들어하던 그들의 이야기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때 난 갱년기를 겪기 전의 나이였기 때문에 그저 학문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을 가지고 전달하고 상담했을 뿐이었던 것 같다. 이제 내가 그런 시기를 지나면서 실제로 경험하며 깨닫게 되는 사실은 알고 있는 지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갱년기를 맞이하고 있는 이, 앞으로 맞이할 이, 이미 잘 통과한 이들과 함께 나에게 다가온 이러한 쓸쓸함을 나누고 싶어 갱년기에 관한 수첩을 작성해 본다. 내 수첩 안의 갱년기가 그 누군가에게 작은 공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Biography > 장년시대(2008~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e갱년기수첩(6) - 굵은 주름살과 거칠어진 피부 (0) | 2008.11.18 |
---|---|
e갱년기수첩(5) - 몸과 마음의 우울증 (0) | 2008.11.18 |
e갱년기수첩(4) - 한숨과 두근거림 (0) | 2008.09.30 |
e갱년기수첩(3) - 흰 머리카락 : 늙는다는 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일 준비 (0) | 2008.09.03 |
e갱년기수첩(2) - 노안 (0) | 2008.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