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성경읽기는 엄마의 취미생활

truehjh 2008. 8. 29. 12:14

 

성경읽기는 엄마의 취미생활

 

엄마는 삶의 대부분을 목사의 부인으로써의 역할을 하며 사셨다. 쌀이 부족한 시대에 밀가루 빵으로 끼니를 대체하던 우리 집이어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빵을 잘 만드시는 사모님’으로 기억되고 있는 엄마다. 하지만 엄마는 음식솜씨보다는 옷 만드는 솜씨가 더 훌륭하셨다. 바느질 품삯으로 찬거리를 준비하시고, 자녀들의 용돈과 차비를 만들어 주시곤 하셨으니 말이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 성지순례를 함께 다녀오신 덕분에 자녀들의 잦은 외국여행이야기에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잘 이해하면서 여행담에 동참하신다. 따뜻한 밥만을 고집하지 않고 피자나 치킨도 별 불평 없이 똑같이 맛있게 드시는 멋쟁이 우리 엄마는 친척이나 친구분들 혹은 자녀들과 속사정을 이야기 하며 시간을 보내시지도, 노인정에 가서 같은 연배의 분들과 이야기 하시지도, 텔레비존에 심취하시지도 않는다.

 

엄마의 취미는 성경읽기다. 일 년에 성경 4~5회 통독하시는 엄마... 성경 읽는 낙이 없으면 어찌 살 수 있을까...라고 늘 말씀하신다. 성경을 읽고 난 후의 나머지 시간에 혹시 심심하면 재봉틀 꺼내서 바지의 허리둘레를 늘리고 줄이고, 소매 길이를 늘리고 줄이고, 목에 붙어있는 카라를 떼었다가 붙였다가 하시는 것 외에는 특별히 선호하시는 것이 없다.

 

하나님과 약속한 일정 분량의 양을 정해놓고 영의 양식이라며 성경말씀을 읽으시는 엄마... 약속을 이행하는 것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 양을 꼭 채워서 읽으시는 엄마... 다름 절을 읽으면 그 전 줄은 잊어버리신다고 하시면서도 관주까지 찾아가며 재미있게 읽으시는 엄마... 본인이 아끼시는 성경책이 따로 있지만 한 가지 번역서만을 고집하시지 않고, 출판사와 번역과 종파를 참고하시면서 여러 가지 종류의 성경책을 두루 섭렵하시는 우리 엄마... 이제 연로하신 엄마는 하나님의 말씀을 벗삼아 홀로 자신의 마음둥지를 지킨다.